방석님 2차 연성 아이돌 스가 X 강친 다이치의 3차 연성입니다.
방석님의 2차 연성은 콧치 ☞클릭
남자답게 단단한 손이 스가와라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천천히 넘겨주었다. 강한 모습의 그였지만 자신 한정으로 다정해지는 손길에 스가와라는 마치 심장에 꽃바람이 휘날리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눈 앞의 남자는 뭐랄까, 남자로서 말하긴 뭐하지만 자신의 수호기사 같았다. 언제나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그 등에 스가와라는 참을 수 없이 설레곤 했다.
“괜찮으세요?”
공항이나 행사에서 사람들이 몰릴 때면 남자는 스가와라의 안전을 위해서 움직였다. 물론 그것이 그의 일임을 스가와라는 잘 알았다. 그래도 어쩐지, 어쩐지 말이야. 출근길에 대형이 흐트러져 우르르 사람들이 몰리자 남자는 망설임 없이 스가와라를 위험하지 않게 감싸 안아줬다. 든든한 가슴팍에 단숨에 끌어안긴 스가와라는 얼굴에 금세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놀라서, 놀라서 그런거야하고 되뇌어 보았지만 듣기 좋은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오자 스가와라는 얼굴을 조심스레 붉혔다. 괜찮아요. 하고 작게 대답하면 남자는 다행이라는 듯 웃으며 등을 두드려줬다. 좋아해요. 스가와라는 언제나 그런 그에게 떨리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 입술만 깨물 뿐이었다. 말 대신 스가와라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눈으로 남자를 찾곤 했다.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선그라스를 낀 남자는 언제나 스가와라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그게 일이라고 해도 상관없이 기뻤다. 수줍게 고백하는 가사에선 항상 스가와라는 남자를 떠올렸다. 이렇게 서툰 방법으로라도 당신에게 내 마음이 닿았으면 해요. 스가와라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부끄러워 조용히 얼굴을 붉히곤 했다.
“요즘 애들 글 참 잘 쓴단 말이야.”
스가와라는 탁, 소리나게 제 손에 든 책을 덮었다. 조금 조잡한 마감이 된 책은 시판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싸인회에서 받은 선물 더미에 섞여있던 책을 호기심에 집어 들어 이동하는 차안에서 무료한 손길로 뒤적였다. 운전에 집중하던 매니져가 룸미러로 힐끔, 벤 뒷좌석에 앉은 스가와라를 본다.
“뭐야? 소설?”
“어어. 팬픽인가 뭔가 하는거.”
휘리릭 대충 책을 빠르게 넘기다 근처에 던져두었다. 책을 보느라 뻣뻣하게 굳은 목을 대충 풀다가 질 좋은 좌석에 몸을 깊게 묻었다. 벤은 조용히 시내를 가로지르며 달렸다. 다음 스케쥴을 위해 방송국 주차장에 도착하자 스가와라의 벤을 알아 본 팬들이 저마다 화려한 응원도구를 가지고 달려든다. 위험하게 또, 스가와라는 작게 혀를 찼다. 익숙한 듯 매니져는 안전하게 차를 꺾어 팬들이 다치지 않을 거리에 차를 세운다. 팬들은 저희들 나름대로의 룰대로 길을 트고 서서 스가와라를 기다렸다. 주섬주섬, 따뜻한 일러스트가 심플하게 그려진 숄더백을 집어들었다. 아, 문을 열기 전에 옆좌석에 던져두었던 책을 챙겨 가방에 집어 넣었다. 묵직한 벤의 문짝을 열어젖히고 벤에서 내렸다. 반짝반짝한 아이돌의 얼굴은 천사처럼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스가와라 코우시. 각종 연예계 인기투표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그야말로 핫한 아이돌이었다. 천사같은 미소로 팬들에게 불리는 별명은 스가엘. 수줍은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가사로 데뷔곡부터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스가와라는 벼락같은 아이돌스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노력하는 자세와 방송에서 통하는 적당히 센스 있는 입담, 출연자를 배려하는 인성으로 늘 호평받곤 했다. 본업인 아이돌 가수의 일에도 충실하면서 간혹 드라마에 까메오로 출연할 일이 있으면 제법 제 몫을 해내는 그야말로 만능엔터테이너였던 것이다.
당연하게 사람들을 몰고 다녔다. 스가와라는 언제나 천사같은 웃음으로 팬들을 대했고 벼락 스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잘 챙기는 걸로도 유명했다. 스가와라는 오늘도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정중히 인사하며 자기 전용으로 마련된 대기실로 향했다. 달칵, 문이 열리고 대기실에 들어서는 스가와라의 뒤로 매니져와 스텝, 경호원이 따라들어왔다. 간단하게 스텝에게 몇가지 오늘 방송의 컨셉을 설명 듣고는 스가와라는 해맑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네었다.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버라이어티 방송에서 스가와라의 팬미팅 겸 미니콘서트 형식으로 꽤 긴 시간을 파격적으로 편성해주게 되었다. 커다란 홀에서 진행하는 단독 콘서트가 아닌 소규모 공연이 오랜만인지라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기분 좋아보이네.”
“언젠 내가 기분 안 좋은적도 있었나 뭐.”
평소랑 다르니까 그렇지. 야마다가 미심쩍은 눈길을 슬쩍 던졌다가 이내 시선을 거둔다. 매니져의 촉으로 봐선 뭔가가 있어도 있는 느낌인데 워낙 스가와라란 녀석은 제 속을 내비치는 놈이 아니었다. 좋은 의미든, 안 좋은 의미든. 매니저의 입장에서는 거기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워낙 자기 관리도 잘하는 놈이니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 야마다는 걸려오는 업무 전화를 받으며 대기실을 떴다. 깔끔히 손질 된 메이크업과 헤어, 대기실에서 방금 갈아입은 캐주얼하면서 멋스러운 오늘의 의상에선 보드라운 향이 풍겼다. 리허설까진 앞으로 10여분, 스가와라는 거울 앞에 서서 제 의상을 다시 한 번 체크하고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힐끗, 시선을 옮기면 문 앞에 선 경호원이 눈에 들어왔다. 동글동글하게 꼬인 이어폰을 귀에 낀 채 다부진 자세로 선 남자는 간혹 귓가에서 무언가 들릴 때 마다 이어폰 너머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얼굴을 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답게 단정하게 갖춰 입은 정장과 각잡혀 목에 매여있는 넥타이에는 소속 된 경호회사의 이름이 수놓여 있었다. 가슴팍에는 작게 이름과 사진이 박혀 있는 출입증을 걸고 있었다.
“사와무라, 씨?”
“네.”
조심스럽게 소리를 내어 이름을 부르면 돌아오는 대답은 단답형이었다. 스가와라는 예의 그 천사같은 얼굴로 생글 웃었다. 저보다 아주 조금 눈높이가 높은, 고작 그 정도의 신장차라 눈을 마주하기엔 불편함이 없었다.
“요즘 자주 보네요.”
“네. 얼마전부터 이쪽으로 고정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볼텐데, 친하게 지내요. 나이도 제 또래 같은데요.”
스가와라가 가벼운 몸짓으로 내민 손을 아주 조금 고민하다가 맞잡아왔다. 단단한 손이지만 생각보다 조금 어린 손마디가 스가와라의 손을 꾹 쥐었다가 떨어진다. 스가와라는 싱긋 미소지었다. 사와무라씨, 한 번 더 곱씹듯 부른 이름에 사와무라는 긴장한 듯 조금 경직된 얼굴이었다.
“슬슬 갈까요.”
“네.”
스가와라의 말에 빠릿하게 움직인 몸이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자주 봐 익숙한 등이 스가와라보다 조금 앞서 걸었다. 단정하게 정장을 입은 어깨선을 따라 스가와라의 시선이 흘러내렸다. 스가와라상 이동하십니다, 무전기에 작게 말하는 사와무라의 목소리에 스가와라는 미소지으며 입술을 적셨다.
*
한동안 방송에 집중했던 탓인지 오랜만에 선 무대는 너무나 벅차올랐다. 방송의 한 기획코너를 빌린 것이지만 팬들과 함께 한 무대의 흥분이 아직 남아 대기실로 돌아온 스가와라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대기실로 오면서 스탭들에게 건네받은 꽃다발이며 엔딩 무대에서 앞자리의 팬에게 건네받은 응원 슬로건과 작은 인형같은 것들이 품안에 한가득이었다. 소파에 우르르 쏟아 놓다가 눈에 들어온 응원 슬로건의 문구를 보고 스가와라가 웃음을 터트렸다.
“스가엘, 날 가져요?”
“요즘 애들 진짜 웃기지도 않아서.”
스가와라의 말에 같이 키들키들 웃은 야마다가 다음 스케쥴을 체크한다. 아직 여유가 있어 혼잡할 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움직이는 편이 좀 더 나을 것 같았다. 빠르게 스케쥴을 체크한 야마다가 탁 소리나게 노트를 덮었다.
“스가와라, 저녁은 어떡할래?”
“아, 난 좀 쉴래. 간만에 신나서 움직였더니 좀 피곤할거 같아. 시간 얼마나 남았어?”
“한, 두어시간?”
“그럼 밖에서 밥 먹고 와. 난 잠깐 누워있을게.”
으챠챠ㅡ 기지개를 쭉 피며 가볍게 몸을 푼 스가와라가 싱긋 웃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나면 꼭 이렇게 자신을 챙겨주려고 하는 스가와라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오전 스케줄이 바빠서 식사도 대충 사인회에서 받은 주전부리를 이동하는 차 안에서 집어먹은게 다였다. 심상찮은 소리를 내는 배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야마다는 주섬주섬 가방을 주워들었다.
“근처에 있을테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응, 끝난거 아니까 스텝분도 안오실거고 여차하면 여기 경호원분들도 계시니까.”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웃은 스가와라가 야마다를 배웅했다. 친히 문 앞까지 나오는 스가와라에게 어서 들어가 쉬라며 손짓한 야마다가 갑자기 주어진 짧은 휴식시간에 조금 즐거운 발걸음으로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맛있는거 먹고 와ㅡ 발랄한 목소리로 인사한 스가와라가 대기실 문 밖에 서 있던 사와무라를 힐끗 쳐다보았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사와무라가 다시 자세를 고쳐서는데 스가와라의 아, 하고 조금 놀란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사와무라씨. 지금 바빠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음, 아까 팬들한테 선물 받은게 너무 많아서 정리를 좀 해야할 것 같은데 매니져가 지금 식사하러 가서. 손 비어있으면 들어와서 조금 도와줄래요?”
“아, 그럼 보고를.”
귀에 꽂은 이어폰을 만지려 하는 손을 답싹 잡은 스가와라가 달큰하게 미소지었다. 행동을 멈춘 사와무라와 눈이 마주쳤다. 스가와라는 얼굴에 띄운 연예인의 반짝반짝한 미소를 유지하며 사와무라의 손을 당겼다.
“금방 끝날건데요 뭐. 어서 들어와요.”
돌아서는 몸짓이 가볍게 팔랑였다. 과연 연예인이라는 것인지 작은 몸짓도 어딘가 달라 사와무라는 조금 긴장한 느낌을 안고 스가와라의 대기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와무라의 손을 잡은 채 대기실 문을 닫은 스가와라가 달칵, 잠금 장치를 채웠다.
“요즘, 세상 참 위험해요 그죠?”
돌아보는 스가와라의 입술에 걸린 미소가 얄궂었다. 단단히 걸린 잠금잠치를 확인하듯 한번 당겨본 스가와라가 만족한 얼굴로 제 앞에 서 있는 사와무라의 가슴팍에 손을 갖다댔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흠칫 놀라는 사와무라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역시 몸이 너무 좋네. 원래 운동 했어요?”
“아, 유도랑 호신술을 조금..”
“음, 난 이렇게 몸 좋은 사람들 너무 부럽더라. 연예인은 이미지 때문에 함부로 체형 바꾸기가 좀 힘들어서요.”
“아, 네..”
난색을 표하는 얼굴의 사와무라를 보며 스가와라는 잔잔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가슴팍을 문질거리던 손이 건반을 두드리듯 리듬감 있게 톡톡, 두드리다가 이내 탄탄한 가슴을 잡아 쥐었다. 놀란 사와무라가 슬쩍 뒷걸음질을 쳤지만 가슴팍에 달라붙은 손은 조금의 틈도 용납하지 않을 듯 달라붙었다. 어딘지 즐거운 얼굴인 스가와라의 표정을 본 사와무라가 당황하는 사이, 스가와라는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스윽 문질러 올리며 단단한 목덜미를 끌어 안았다. 당겨진 고개가 스가와라 쪽으로 기울어지고 잘 관리해 반들하고 향긋한 입술이 사와무라의 입술에 닿았다. 아, 놀라 작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스가와라의 뜨겁고 물컹한 혀가 들어왔다. 당황한 손이 덥썩, 스가와라의 팔뚝을 쥐었지만 손에 잡히는 가느다란 몸을 무작정 밀어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아니, 그전에 의뢰인이었고, 혹시 다친다면. 머뭇거리는 사와무라의 행동을 눈치 챈 스가와라가 목덜미를 좀 더 끌어안으며 츄웁, 입안을 빨아 당겼다. 젖은 혀가 입안을 헤집고 당황해 움찔거리는 몸을 느끼며 스가와라는 미소지었다.
“어라라, 혹시 이쪽은 처음인가?”
가볍게 입술을 깨물고 떨어져 나간 스가와라가 가까운 거리에서 슬금, 미소지었다. 조금 발랄한 듯 들뜬 목소리는 소녀팬들이 사랑하는 그것이었으나 담은 언어는 조금 질이 달랐다. 상황 파악이 안된 사와무라의 눈꺼풀이 느리게 깜빡였다. 가볍게 세운 스가와라의 검지가 사와무라의 목덜미를 훑어 내렸다. 목을 죄고 있는 넥타이에 손가락을 걸어 당기자 각잡힌 넥타이가 스륵 풀렸다. 경호회사의 로고가 박힌 넥타이가 스가와라의 손길에 쉽게 풀렸다. 넥타이를 손에 쥔채 검지와 엄지만을 가지고 툭,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스, 스가와라상. 당황한 목소리에도 스가와라는 느긋하지만 정확한 손길로 단추를 풀어내렸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뭐할 것 같아요?”
“이러시면 안됩니다.”
“어라, 뭐할지 아는가봐.”
“스가와라상.”
침착하려 구는 목소리로 제 이름이 불리자 찌릿하게 등줄기가 당겼다. 벌겋게 달아오른 귓바퀴를 보며 스가와라는 벌어진 셔츠 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당황한 사와무라의 몸이 주춤 뒷걸음질을 치고 스가와라는 그 반동을 이용해 사와무라의 몸을 밀어붙였다. 잠시만요, 이야기를 좀 들어보시고, 스가와라상, 저기, 당황해 다급해지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대기실 중간에 있는 낮은 탁자까지 밀어붙인 스가와라가 사와무라의 어깨를 눌러 탁자 위로 앉혔다. 체중을 실어 사와무라를 테이블 위로 밀어눕히자 콰당, 큰 소리가 나며 몸이 넘어갔다. 등을 찌릿하게 울리는 통증에 사와무라가 미간을 구겼다.
“아, 아프겠다.”
남일처럼 말하는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먹먹하게 멀리 들렸다. 귀에 단단하게 꽂힌 이어폰이 당겨져 빠지는 느낌에 번뜩 눈을 뜬다. 사와무라의 허리춤에 맨 무전기를 뺀 스가와라가 달칵,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제 위로 기울어지는 스가와라의 어깨를 잡아쥐며 사와무라가 다급히 외쳤다.
“스가와라상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곤란해요? 뭐가 곤란한데?”
“의뢰인과 이런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 안됩니다.”
“흐으응, 그럼 의뢰인 심기 거스르는 건 되고?”
“해고 당할겁니다.”
“이쪽에서 해고 해줄까요?”
턱, 입이 틀어막히는 듯한 느낌에 사와무라가 입술을 굳게 눌러 닫았다. 제 위의 스가와라는 싱글싱글 웃으며 넥라인에 걸어두었던 선글라스를 잡아 빼 옆에 있는 소파로 가볍게 내던졌다.
“맨날 그 망할 등만 보다가 이렇게 내려다 보니까 기분 좋네요.”
“잠시만요, 스가와라상.”
“맨날 꽁꽁 싸맨 것만 봤는데, 까보면 기분 더 좋겠지?”
혀를 내어 입술을 적시며 스가와라는 흥얼거렸다. 좀 전에 공연 앵콜곡으로 불렀던 밝고 쾌활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이 이야기하는 꿈과 희망이 가득한 노래가 가볍게 흘러 사와무라에게로 쏟아졌다. 툭, 툭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다리 사이로 자리잡은 스가와라가 드러난 사와무라의 목덜미와 어깨선을 손으로 쓰윽 쓸어 내렸다. 단단하게 근육이 잡힌 어깨가 작은 접촉에도 뜨끈하게 달아올랐다.
“왜, 왜이러십니까.”
“음. 옛날부터 좀 관심 많았거든요. 사와무라씨, 아니, 다이치한테요.”
얼굴 옆으로 흘러내린 출입증을 당겨 이름을 읽어내린 스가와라가 사와무라의 맨 가슴팍에 내려두었다. 세운 검지로 내려 둔 플라스틱 소재의 출입증이 찰싹, 소리를 내며 달라붙었다. 생글생글 웃는 낯인데 밝은 색의 눈동자는 어쩐지 서늘했다. 찬찬히 뜯어보는 눈동자가 사와무라의 얼굴을, 선 굵은 목덜미를, 열린 가슴팍을 훑었다.
“왜, 그런 것도 못 들어봤어요? 연예인 중에 좀 취향 다른 사람 있다고 많이들 그러잖아요.”
“스가, 스가와라상 그럼..”
“음, 글쎄?”
빙긋 웃은 스가와라가 사와무라의 앞섶을 손으로 턱 쥐었다. 헉, 숨넘어가는 소리를 낸 사와무라가 놀라 스가와라의 팔뚝을 다급하게 잡았다. 서늘한 스가와라의 눈동자는 눈 앞의 먹잇감에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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