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와라 코우시 X 사와무라 다이치
스가 생일 기념 연성. 생일 축하해요♡
사와무라는 바닥을 짚은 팔에 힘을 주었다. 난데없이 뒤로 떠밀어져서 어처구니가 없는 와중에 제 친구가 슬금슬금 제 위로 올라타는 걸 보고는 가뜩이나 없는 판단력도 엉망진창으로 흐려지고 말았다.
“너 지금 뭐해.”
“뭐할 거 같아?”
“글쎄. 이거 자세 되게 묘한데.”
“그렇지?”
그리고는 철컥, 제 바지버클을 푸는 스가와라의 행동에 사와무라는 눈을 화등잔만하게 떴다. 스, 스가! 외마디 비명에도 스가와라는 조금 즐거운 손놀림으로 제 지퍼를 내렸다. 지이익ㅡ지퍼가 내려가는 소리에 사와무라는 한대 얹어 맞은 듯 으어, 어, 하고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도 뭐 할지 모르겠어?”
“아니.”
이젠 너무 잘 알거 같아서 문제지. 사와무라는 바닥을 짚은 손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킬 시늉을 했다. 다만 스가와라의 눈치가 귀신 같이 빨라, 가슴팍을 힘주어 꾹 누른 손길이 사와무라를 온전히 바닥으로 눕혔다. 등 뒤에 닿는 다다미의 감촉에 사와무라는 눈을 꿈뻑 느리게 감았다 떴다. 어쩌다가 이러고 있는거지. 시작은 스가와라의 생일 파티였다. 올해 스가와라의 생일이 월요일이라 친구들과 하루 일찍 모여 파티를 하고 흥겹게 술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뭐 그렇게 즐거운 하루를 보냈었다. 다른 애들 보다 집이 좀 먼 탓에 아예 스가와라의 집에서 하루 자고 가기로 한 사와무라도 오늘만큼은 빼지 않고 주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흥겨워 들뜬 목소리로 스가와라의 생일을 축하하고 가끔 자 형아라고 불러봐라라며 낄낄 웃는 스가와라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다. 그러다가 문득 눈을 번뜩 떴더니 텅빈 방안에는 자다 일어난 저와 주섬주섬 방정리를 하고 있는 스가와라 단 둘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잘 잤어?”
“어.. 미안, 지금 몇시야?”
“애들 다 갔어. 벌써 새벽이다 야.”
키들키들 웃으며 맥주 캔을 비닐봉지에 담던 스가와라가 읏샤, 가벼운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다. 얼른 일어나서 정리하는 걸 도와줘야하는데, 하는 생각과 다르게 자다 깬 멍한 사고와 함께 미약하게 남은 술기운 탓에 눈 앞이 울렁였다. 느리게 움직이는 사와무라를 본 스가와라가 피식 웃더니 현관에 빈 캔을 잔뜩 담은 비닐봉지를 내려두었다. 카랑ㅡ 작지만 날카로운 소리들과 함께 다다미 바닥에 스가와라의 발걸음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이치.”
“응?”
“나 아직 너한테 생일 선물 못 받았는데.”
그러고보니 12시가 넘었다. 사와무라는 그래 그랬지, 느슨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생일 축하해, 스가. 느릿한 목소리와 조금 풀어진 미소에 스가와라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얼굴에 조금 느려진 사고로 푸슬푸슬 웃었던 것 같다. 그리고 스가와라는 단숨에 당연한 것 처럼 사와무라의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지금이 되었다는 상황이었다. 난데 없이 제 위로 올라탄 스가와라의 행동에 사와무라는 할 말을 잃은 채 입술만 뻐끔였다. 스가와라에게 꾹 가슴팍을 눌려 머리까지 온전하게 바닥에 닿게 누은 사와무라가 고개를 움직일 때 마다 뒤통수의 머리카락이 다다미와 마찰하며 사각이는 소리가 났다. 스가와라는 가볍게 웃으며 꾹 누르고 있던 손바닥으로 사와무라의 가슴 위를 부드럽게 쓸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다이치, 가슴 대단하다니까.”
“야, 스가 너 진짜.”
“응응, 훌륭하지요.”
마치 아이라도 어루는 듯한 말에 사와무라는 입술을 다물었다. 올려다보는 스가와라는 전등을 등져 조금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즐거운 듯 입술 끝은 양껏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곧 콧노래라도 흥얼거릴 것 같은 손길로 스가와라는 사와무라의 가슴 위를 건반을 두드리듯 톡톡 건드렸다. 그리고 사와무라의 유두가 있을 법한 즈음을 검지를 세워 빙글 원을 그렸다.
“야. 너 장난이 좀..”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해.”
이게 왜 생일 선물이야 이 미친놈아. 사와무라의 외마디 비명은 느긋한 술김에 왕왕 입안에서 맴돌았다. 스가와라의 손가락이 빙글빙글 유륜을 따라 맴돌았다. 학생 때의 습관이 남아 있어 깔끔하게 다듬어진 손톱끝이 닿을 때 마다 슬금슬금 고개를 드는 미묘한 감정에 사와무라는 시선을 옆으로 툭 떨궜다. 뭔가 등줄기가 간질간질 거리는 감정에 사와무라는 낮게 끙ㅡ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스가와라는 가볍게 웃는다.
“평소에 좀 만져보고 싶었거든. 다이치 가슴.”
“아니 무슨 내가 여자가 아니고.”
“어머, 여자한테 만지고 싶다고 하면 잡혀가 야.”
“야 남자라고 별로 다른 건..”
“그러니까 생일 선물이라잖아.”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있는 이게? 사와무라의 언짢은 표정에도 스가와라는 즐겁게 키들키들 웃었다. 사와무라의 위에 올라탄 스가와라는 엉덩이를 슬금슬금 사와무라의 위로 비볐다. 그 행동을 인지하자마자 은근하게 속에서 열이 올랐다. 좀 이러다가 말겠지. 사와무라는 조금 참아주기로 마음 먹고 아예 툭 눈을 감았다. 이게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스가가 좋다면 뭐. 게다가 물먹은 솜처럼 흠뻑 늘어진 몸을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스가와라는 빙글빙글 원을 그리다가 툭, 세운 손 끝으로 사와무라의 유두를 찔렀다. 놀란 몸이 덜컥 튀자 스가와라가 낮게 웃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조금 은근하고 끈적한 웃음소리에 사와무라가 슬금 실눈을 떴다.
“스가.”
“왜?”
“너 좀....흣.”
“.....왜?”
점짓 모르겠다는 듯 느슨하게 끌어당긴 말이 흘러나왔다. 엄지와 검지를 세워 유두를 살짝 꼬집은 스가와라가 말랑한 유두를 손끝으로 굴렸다. 꼬집힌 유두에서 찌릿한 통증이 흘렀다. 힛, 사와무라는 작게 숨을 들이쉬며 입술을 물었다. 스가와라는 사와무라가 반응을 보일 때 마다 오히려 손 끝에 힘을 주어 유두를 꾹 꼬집었다. 가늘지만 남자애답게 꽤 단단한 손끝이 사와무라의 유두를 반복적으로 꼬집었다 문지르고 비볐다. 과연 손기술이 남달라 사와무라는 정신 없는 와중에도 감탄했다. 남자 가슴 따위가 뭐라고 이렇게 조물딱 거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스가와라의 행동에 사와무라는 어느 순간부터 몸을 맡겼다.
“다이치.”
“......응.”
“너 섰어.”
알아 임마. 사와무라는 대답대신 손등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민망함에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조금 거칠어진 호흡을 정리하며 가만히 가라앉히려 들었지만 스가와라는 사와무라의 것을 옷위로 슬쩍 문질렀다.
“야!”
“이야, 건강하네.”
“아 좀 너 진짜. 비켜, 나 화장실 갈거야.”
“가긴 어딜 가.”
피실피실 웃은 스가와라가 몸을 일으켰다. 제 위를 누르던 무게감이 좀 덜어지자 사와무라는 어설픈 손놀림으로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킬 준비를 했다. 하지만 툭, 옷가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바지를 벗어던진 스가와라의 맨다리가 보이자 사와무라는 그대로 덜컥 몸이 굳었다. 그런 사와무라의 위에 다시 올라타며 스가와라가 느긋하게 웃음지었다.
“하자, 다이치.”
“하긴 뭘해.”
“뭐겠어?”
“아 스가 진짜 제발 이러지 마라 진짜.”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해.”
“생일 선물 같은 소리 하지말고. 너 진짜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사와무라의 비명같은 목소리에 스가와라는 천천히 올라탄 사와무라의 몸위로 제 몸을 내렸다. 아주 천천히,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느릿하게 두 사람의 몸이 가까워졌다.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진 거리가 되어서야 스가와라는 아주 낮은 웃음을 흘렸다.
“왜, 인거 같아?”
올곧은 시선으로 똑바로 사와무라를 내려다보며 스가와라는 미소지었다. 입술은 유연한 곡선을 그렸지만 눈은 똑바로 사와무라를 향했다. 아, 진짜. 사와무라는 미간을 좁히며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너 씨발놈이야.”
“이제 알았어?”
키들키들 웃은 스가와라가 단숨에 사와무라의 입술 위로 제 입술을 겹쳤다. 다소 거친 느낌이었지만 사와무라는 스가와라의 목덜미를 끌어 안았다. 헉, 모자란 숨을 헐떡이며 사와무라는 미간을 구긴 채 스가와라에게 매달렸다. 조금이라도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짝사랑한 시간만 몇년 짼지 한 손으로는 꼽을 수도 없는 시간이었다. 10대의 중간, 끝자락, 그리고 20대의 처음. 애초에 고백할 생각도 없었지만 사와무라가 고백한다고 받아줄 스가와라도 아니었다. 스가와라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둘도 없는 친구라는 달콤한 덫을 놓고는 사와무라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며 해사하게 천사처럼 웃어주곤 하는 것이었다. 뭣도 아닌 사이가 되는 것 보다 친구로라도 곁에 남고 싶어하는 사와무라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스가와라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사와무라의 마음을 맛보곤 했다. 고백이라든지, 호감이라든지, 그런 걸 입밖으로 단 한번도 꺼내지 않았지만 스가와라는 누구보다 사와무라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사와무라가 제 마음을 숨기기 급급해 허둥대는 동안 스가와라는 느긋하게 사와무라의 0번 친구라는 자리에 자리잡았다. 사와무라의 의지 따윈 상관 없이.
그런 주제에 이따위로 구는게 괘씸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입안을 헤집는 혀의 움직임이 멈추자 덜컥 불안해진 사와무라는 스가와라에게 매달렸다. 젖먹이 아이처럼 입안을 빠는 사와무라의 행동에 스가와라가 낮게 웃었다. 그 웃음에 제 마음이 꽉 짖밟힌 느낌을 받으면서도 사와무라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마음이 없는 걸 알면서도 스가와라가 선심쓰듯 내미는 이 자극들을 사와무라로서는 도저히 밀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뺨을, 옆 머리칼을 부드럽게 매만지는 손길이 마치 칭찬하듯 부드러워 사와무라는 스가와라의 목덜미를 더 깊게 끌어안았다.
입술이 떨어지고 동시에 스가와라의 시선을 피한 사와무라의 뺨이 발긋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굴어보려는 표정에 스가와라가 부드럽게 엄지로 사와무라의 젖은 입술을 문질렀다. 다이치, 라고 이름을 불러오는 목소리가 낮게 잠겨 있어 사와무라의 하찮은 심장이 또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것이었다.
“너 진짜, 키스 더럽게 못한다.”
“시끄러워.”
“어이고 이거 키스도 못해서 누가 데려가려나.”
“누가 알아서 데려가겠지 뭐.”
어차피 니가 데려갈 것도 아니면서. 걱정하는 척 짓궂게 웃는 스가와라에게 괜히 발끈했다. 발끈하면 지는거 잘 아는데 마음대로 안된다. 나름대로 반듯하고 듬직한 사와무라는 어쩐지 스가와라의 앞에서만 엉망진창이다. 제 위에 올라 탄 스가와라의 가슴팍을 손으로 밀어내자 그 손을 잡아 챈 스가와라가 끌어 당겨 손 끝에 입술을 묻는다. 촉, 산뜻한 소리에 사와무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어차피 아무 의미도 없을텐데 멍청한 심장은 바쁘게 뛰고만다.
“하지 마.”
“까짓 키스 좀 못하면 어때. 내가 가르쳐 주면 되지.”
“니가 왜.”
“글쎄?”
“....”
“왜 일까?”
“.......”
“둘도 없는 친구가 키스 못해서 연애진로 다 막힐까봐?”
그런 걸로 해둘까? 하고 싱긋 웃는다. 사와무라가 가장 좋아하는 웃는 얼굴로. 아, 스가 너 진짜 너무한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 가슴 속을 쿡쿡 찔렀다. 숨을 들이 쉴 때 마다 목구멍이 따끔했다. 사와무라는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좋아해.”
“응?”
“좋아한다구, 내가 널.”
조금 기운 빠진 목소리었지만 단호하게 스가와라를 향한 말이었다.
“니가 생각하는 것 보다 나는 너를 더 많이, 오랫동안 좋아해왔었어.”
“알아.”
“근데 이제 그만두려고.”
부드럽게 스가와라의 몸을 밀쳤다. 스가와라는 순순히 사와무라의 손길에 밀려 사와무라의 위에서 내려왔다. 지끈지끈 뒤늦게 밀려오는 숙취에 머리가 기분 나쁘게 아팠다. 한숨을 쉬며 상체를 일으킨 사와무라가 흐트러진 옷을 털어 단정히 정리했다.
“이제 그냥 다 그만하려고. 그만할거야. 친구인 너한테 나 혼자 이런 마음 품고 있는 것도 비정상적이고 이상해. 그냥, 미안. 내가 이런 말 갑자기 해서 니가 좀 혼란스럽겠지만 말이야, 나는, 그냥 나는 너를, 하..”
“다이치.”
하고 불렀다. 스가와라의 목소리에 횡설수설하던 목소리가 멎었다. 스가와라는 다이치의 옆에 앉은채로 가만히 말을 꺼냈다.
“옛날부터 다이치는 말이야, 나한테 거짓말이 서툴었잖아. 원래 거짓말을 못하는 애인지, 아니면 나한테만 서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니가 나한테 하는 거짓말은 반쯤은 내가 눈 감아준 것도 있는거 너도 알잖아.”
그랬지. 스가와라는 벗은 다리를 모은 무릎에 가만히 턱을 괴며 힐끗 사와무라를 바라보았다. 사와무라는 재빨리 그 눈을 피했다.
“언제까지 친구인 척 거짓말 하려고 했어?”
“스가.”
“빤히 다 보이는 주제에 친구인 척, 사람 좋은 척 굴고 말이야. 까짓꺼 그냥 좋아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될걸.”
“하면.”
“....”
“하면 뭐가 달라져?”
“응.”
“....”
“달라져.”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사와무라의 눈동자가 떨렸다. 이따위로 사람 마음 갖고 노는 것도 한 두번이지 그야말로 정나미가 뚝 떨어진 스가와라에 대한 마음을 접겠다고 방금 전에 다짐한 참이었다. 아주 그냥 사람 마음 빤히 다 알면서 이제껏 그렇게 군게 괘씸해서라도 꼬깃꼬깃 접어서 쓰레기통에 확 쳐박아 두려고 했는데 어쩐지 저 목소리를 들으면 그게 안되는 거였다.
“스가.”
“응.”
“조, 좋아해.”
아, 바보같이 말을 더듬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고백인지라 그런지 내뱉고도 입 안이 까끌했다. 마치 제것이 아닌 것 같은 고백을 하곤 머쓱하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여전히 스가와라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사와무라는 시선을 바닥으로 푹 떨구었다. 이 다음에 따라오는 스가와라의 대답이 또 제 마음을 할퀴는 것이래도 이젠 상관 없었다. 그 정도는 어느정도 각오했던 일이니까, 마음을 몇번이고 다잡았는데 스가와라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점점 마음이 약해진다.
“그렇다고 진짜 한마디만 하냐?”
키들키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역시 또 비웃고 있는거지. 사와무라는 입술을 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사와무라에게 무릎걸음으로 다가온 스가와라가 사와무라의 손목을 쥔다. 조금 차가운 손에 흠칫 몸을 떨었다.
“몇 년씩이나 참은 고백치곤 좀 시시하네.”
“알아. 시시하기 짝이 없는거.”
“다이치다워서 좋은데 왜.”
잡힌 손목이 당겨졌다. 저도 모르게 눈을 떠 스가를 바라보자 어느 새 가까워진 스가와라의 얼굴이 눈 앞에서 웃고 있었다. 여전히 사와무라가 좋아하는 웃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조금 쑥스러워 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스가..”
“하, 진짜 오래 참았다.”
“어, 응.”
“너 말고 임마.”
스가와라의 손이 사와무라의 콧잔등을 탁 튕겼다. 아팟,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와무라가 눈을 찡그렸다. 부드럽게 사와무라의 뺨을 매만진 손길이 뒷덜미를 감쌌다. 아, 사와무라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입맞춤에 또 다시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 진득하게 감기는 혀를 허겁지겁 쫓느라 서툰 사와무라를 배려하면서도 점점 농도가 짙어지는 입맞춤에 사와무라는 그야말로 혼이 쏙 빠지는 느낌이었다.
“다이치.”
“응?”
“생일선물, 줄거지?”
“스가, 잠깐만 야. 손 치워, 야!”
크흐흐, 웃는 스가와라의 목소리와 당황한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냅다 뒤섞였다. 홀랑홀랑 빠른 손놀림으로 옷이 벗겨지며 사와무라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이 자식 이거 내가 이제껏 열심히 가드친다고 쳤는데 이런 건 다 어디서 배워 온거야? 야, 스가 너 진짜 너무 능숙한거 아냐? 야, 우리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닌데, 그러고 보니 너 대답도 안했어. 야, 너 지금 그렇게 얼렁뚱땅 넘기면 내가, 어? 야 너, 야, 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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