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다이 60분 전력
쿠로오 테츠로 X 사와무라 다이치
엣취-
따사로운 햇살과 공기중의 먼지가 뒤섞여 반짝이는 체육관의 공기를 가르는 재채기 소리에 스트레칭을 하던 모두의 시선이 집중 되었다. 집중을 받은 사와무라가 코끝을 훌쩍이다 머쓱하게 웃는다.
“다이치. 감기라도 걸린거야?”
“그런거 아냐 그냥 갑자기 재채기가 나네.”
“알레르기?”
“없어없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부인하는데 바닥에 탕탕 몇번 배구공을 튀겨올린 히나타가 발랄한 목소리로 그런다.
“누가 캡틴 얘기 하고 있는거 아니에요?”
“하?”
“누가 뒤에서 욕하면 재채기 나온다잖아요.”
“히나타 그 말은 지금 누가 다이치 욕하고 있다는 거야?”
“네?! 그런, 그런 뜻에서 말한 건 아니지만!”
히이익 놀라 제 입을 틀어막은 히나타가 놓친 배구공이 볼폼없이 통통 튀다가 어딘가로 데구르르 굴러갔다. 배구공 함부로 다루지마 보게! 날선 카게야마의 목소리와 함께 1학년 콤비가 투닥거리는 소리가 여느 날 처럼 평화롭게 부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간지러운 코 끝을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푸훗, 가볍게 웃는 스가와라의 웃음소리가 어쩐지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았다.
“잘 부탁 드립니다!!”
체육관 입구 쪽에서 우렁찬 인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저지를 입은 무리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 손을 흔들며 익숙한 얼굴들이 인사를 해왔다. 켄마-! 하고 달려가는 히나타가 제일 빨랐다.
“오랜만이네.”
“응, 웬만하면 못 보니까.”
몇개월인가 전의 연습 시합 후 두번째 연습시합이었다. 꽤 짧은 시간 사이에 이뤄진 연습시합에 어째 긴장보다는 반가움이 체육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쿠로오와는 첫번째 연습 시합 이후 연락처를 교환하긴 했지만 대화는 거의 없었다. 가끔씩 배구 이야기를 한다거나 주장직에 대한 고충 따윌 가볍게 이야기 하다 끊기곤 했다. 대화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오늘은 지지 않을테니까.”
“오늘도 지지 않을거거든.”
씨익 웃는 그 얼굴에 웃음으로 반격한 사와무라가 손바닥을 몇번이고 쳐 팀원들의 시선을 모은다. 쿠로오도 제 부원들에게 가볍게 옷 갈아 입을 것을 지시하며 주장스러운 얼굴이었다. 두근두근한 좋은 설렘이 체육관 안에 가득 들어찼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몇번이고 이기지 못한 기억들에 오늘의 기억이 덧붙여졌다. 오늘도 그닥 좋지 못한 결과였지만 새롭게 고안하던 신기술들이 순조롭게 먹혀들어가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꽤 좋은 성과였다. 땀에 흠뻑 젖은 사와무라가 턱 끝에 맺히는 땀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고는 집합! 하고 우렁차게 외친다. 수고하셔습니다! 우렁차게 인사를 하고 제 앞에 선 쿠로오와 손을 맞잡았다.
“다음엔 안 질거다.”
“다음에도 안질거니까.”
열로 따끈하게 데워진 손바닥이 진득하게 붙었다. 손에 배인 땀이 혹시 불쾌할까 조심스레 손을 떼어내던 사와무라는 제 손을 끌어당겨 끌어안는 쿠로오의 품안에 푹, 고개를 묻었다. 가볍게 폭 안고는 등을 다독이는 쿠로오의 손길이 금세 떨어져 나갔다. 뭔가 좀 얼떨떨한 기분에 사와무라가 눈을 깜빡였다.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던지 옆에서 다이치, 하고 부르는 스가와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동그랗게 모인 팀원들에게 오늘도 수고했다, 주장스럽게 읊은 사와무라가 허리께에 손을 짚고 서서 모두를 하나씩 살폈다. 기분 좋은 열기와 땀에 젖은 팀원들의 모습에 어깨가 든든한 기분이었다.
엣취-
코끝이 간지럽다 싶더니 또 다시 재채기가 터져나왔다. 재채기의 반동으로 푹 굽혀졌던 허리를 펴며 사와무라가 머쓱하게 손가락으로 코끝을 문질렀다. 고개를 드는 순간 쿠로오와 눈이 마주쳤다. 민망해서 하하, 어색하게 웃는데 쿠로오는 눈을 둥글게 뜨고 사와무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놀랐나, 좀 민망하잖아. 머쓱하게 사와무라가 고개를 돌리는데 네코마타 감독이 다가왔다. 빠른 걸음으로 정렬하고 서서 웃음 가득한 네코마타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성장한 카라스노의 모습이 꽤나 만족스러운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땀에 젖은 아이들을 칭찬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우렁차게 인사하는 부원들은 어딘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 아이들과 함께 전국에 간다, 그것은 이제껏 변함 없는 사와무라의 목표였다. 전원이 뿔뿔히 흩어지고 뒷정리에 신이 난 부원들이 제멋대로 뒤섞여 오늘의 경기에 대한 아쉬움과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와무라는 어느 덧 제 앞에 선 쿠로오를 올려다 보았다.
“아쉽네, 사와무라.”
“아마 다음 번에 만나면 그런 태평한 소리는 못하고 있을 걸?”
하하하, 쿠로오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다. 단순한 승자의 미소라기엔 뭔가 조금 더 즐거운 미소. 덩달아 사와무라도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직 간지러움이 남은 코 끝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알레르기야?”
“응?”
“재채기.”
“아니아니.”
아까도 들은 듯한 말에 사와무라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뒷정리 담당은 부주장들에게 맡겨놓고 하루 묵고 가기로 한 네코마에게 숙소를 알려주기 위해 체육관을 나선 길이었다. 슬그머니 기울어지는 해에 얼굴에 불긋하게 물들었다. 여름의 뜨끈한 공기를 차분하게 식히는 한줄기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따라 자꾸 재채기를 하네.”
“알레르기일지도 모르니까 병원 가봐.”
“그래도 딱히 꽃가루 날릴 시기도 아니구 말이야. 아까 히나타가 그러더라고, 누가 내 욕 하는거 아니냐고.”
“욕?”
“왜 흔히들 그러잖아, 누가 내 얘기 할 때 재채기 한다고들 말이야.”
후후, 가볍게 웃으며 말하는 사와무라의 목소리에 옆에서 타박타박 걷던 쿠로오의 걸음이 멈췄다. 뒤돌아 보자 쿠로오의 얼굴은 잔뜩 노을에 물들어 붉은 채였다.
“왜 그래?”
“거 참 누군지 몰라도 니 얘기 엄청 많이 하나보다. 오늘 따라 그렇게 재채기 많이 하게 말이야.”
“그러게.”
그러게, 하고 웃는 사와무라를 빤히 바라본다. 그런 쿠로오의 시선에 사와무라는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발긋하게 물든 얼굴은 어쩐지 조금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평소와, 라니. 쿠로오와는 지난 번 연습시합, 그리고 오늘의 연습시합이 두번째의 만남이었다. 잘 모르는 좀 쑥스러운 사이였다라고 사와무라는 생각했다.
“사와무라.”
“응?”
“너 좀 눈치 없다는 말 평소에 많이 듣지 않냐?”
“전혀.”
쿠로오의 말에 뭔가 마음에 안 든 다는 듯 눈썹을 구긴 사와무라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갑자기 왜 시비지. 의미를 알리 없는 시비에 사와무라의 표정이 언짢게 구겨졌다. 발긋한 얼굴의 쿠로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뭐야, 내가 서툰거야?”
“아까부터 자꾸 의미 모를 소리만 하네.”
“그렇네.”
느릿하게 넘어가는 오렌지색의 노을이 사와무라를 물들였다. 제 앞에 선 쿠로오는 불긋한 색이었다. 꼭, 니 얼굴 지금 니가 입은 저지 색깔 같네라고,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또 다시 코가 간질간질 재채기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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