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다이 60분 전력
쿠로오 테츠로 X 사와무라 다이치
아직 잠이 묻은 얼굴로 하품을 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대충 훑어보다가 문짝에 붙어 있는 생수병을 꺼내 까드득, 뚜껑을 열었다. 목울대를 울리며 절반쯤 물을 마신 쿠로오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흐트러진 시트와 엉킨 채 잠든 등이 조용히 오르락내리락 하며 아침 공기를 유연하게 휘저었다. 아침마다 단정하던 사와무라는 여느때와 다르게 정신 없이 잠들어 있어 부르기 망설여졌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하지만 섣불리 권할 용기가 없는 쿠로오는 잠시 머뭇거렸다. 알아서 챙겨 마시겠지. 쿠로오는 오른손에 든 병뚜껑을 돌려 닫았다. 삐익- 요란하게 울리는 냉장고 경고음에 쿠로오는 생수통을 밀어넣고는 문을 닫았다.
살짝 젖은 입술을 혀를 내어 날름 핥고는 찌뿌둥한 몸을 쭉 펴서 기지개를 폈다. 거실 벽에 걸린 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제 상태를 확인한다. 상체를 대각선으로 길죽하게 가로지르는 흉터가 남았긴 하지만 실력 좋은 사와무라덕에 거뜬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 정도 흉터쯤이야 쿠로오는 훈장처럼 여길 수도 있는 남자였다. 다만 어제의 기억이 역시 유쾌하게 남을 리가 없어서 거울 속의 얼굴은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쏟아지던 파편과 요란스럽던 비명 그리고 저를 잡아채던 사와무라의 손길. 미간을 짓누르는 듯한 두통에 쿠로오는 입술을 베어물었다. 으음, 작게 신음하며 부스럭거리는 시트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일어났어?”
호쾌한 발걸음에 사박사박 거칠한 발바닥이 반들한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시트 위에서 몸을 작게 만 사와무라가 조금 느리게 움직여 상체를 일으켰다. 사와무라의 등은 얼룩덜룩한 정사의 흔적으로 어지러웠다.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킨 사와무라가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 사와무라는 뒤돌아 보지 않은 채 침대 옆 창문 밖을 응시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차근하게 내리쬐는 그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
“..쿠로오.”
아, 그냥 물을 갖다 줄 걸 그랬나. 거칠기 짝이 없는 쉰 목소리에 쿠로오는 작게 눈을 찡그렸다.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에도 사와무라는 아랑곳 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니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
“글쎄, 워낙 정신이 없었던지라.”
얄미울 정도로 느긋한 목소리에 사와무라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여느 때 처럼 주먹을 날리려나, 쿠로오는 느긋하게 옆에 한쪽 어깨를 기대고 섰다. 사와무라는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쿠로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건 쿠로오도 마찬가지 였기에 누구의 탓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싫으면 관두면 될 것을, 사와무라는 멍청할 정도로 착실한 남자였고 제게 주어진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첫대면부터 몇시간이랄 것도 없는 단시간에 그런 사와무라를 파악한 쿠로오는 제 입맛대로 굴었다. 그런 쿠로오의 태도에 사와무라는 화도 내고 참지 못해 주먹을 날리기도 했지만 오늘 같은 반응은 처음이었다. 조용하게 등으로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사와무라가 평소와 달라서 쿠로오는 재밌기까지 했다.
“사상자가 몇이나 되는 줄 알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출동한 것 자체를 탓할 생각은 아니겠지.”
“참 뻔뻔하네.”
“너도 알다시피 상부의 명령을 따르는게 내 일 아니었던가.”
“그래도.”
“그리고 그런 나를 컨트롤 하는 것이 니 일이고.”
쿠로오의 말에 사와무라의 입이 꾹 다물린다. 누가 들어도 그저 괴롭히기 위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사와무라는 쿠로오의 마지막 말에 침묵했다. 쿠로오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가만히 제 손을 들어올려 바라보았다. 이 손을 한번 휘두를 때 마다 굉음과 함께 휴지조각처럼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매캐한 연기와 치솟아 오르는 열기, 사방에서 메아리치던 비명소리. 좋을대로 날뛰던 저를 잡아 챈 것은 땀범벅이 된 사와무라의 손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눈동자가 제 앞에서 흔들렸다. 그 다음엔 분노에 찬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와무라의 눈동자는 여전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볼썽사납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사와무라의 얼굴에 쿠로오는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런거야?”
사와무라의 까슬한 목소리는 작게 떨렸다.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울지는 않을 것이다 사와무라는. 다만 조금은 힘이 빠진 목소리와 조금 작게 말린 어깨는 잘게 떨고 있었다.
“그냥 그런거야, 그 어떤 센티넬들에게도 다 있을 수 있는 폭주. 너도 잘 알잖아?”
“웃기지마, 넌.”
“니가 나를 얼마나 대단한 센티넬이라고 여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보통 센티넬일 뿐인걸. 힘을 쓰기도 하고 가끔은 폭주하기도 해.”
“어제 넌 폭주한게 아니잖아!!”
까슬한 목소리가 소리쳤다. 가벼운 목소리로 손바닥을 들어올리며 어쩔 수 없었단 제스쳐를 취하던 쿠로오는 그 자세 그대로 느슨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사와무라는 조금 고개를 숙인 채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제 팔뚝을 거머쥐던 손바닥이 사와무라의 어깨 너머로 보이자 입안에 침이 고였다.
“왜 그런거야, 목적이 뭐야.”
“목적이라니 무슨 소리세요.”
“목적 없이 그렇게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너는 무사할 줄 알았어? 중징계를 받을 거라고.”
사뿐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흥분해 조금 거칠어진 호흡을 달래는 사와무라의 귀에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을 터였다. 느슨하게 걸어 사와무라의 뒤에 선 쿠로오가 천천히 침대 위로 체중을 실었다. 침대 끝에 걸터 앉아있는 사와무라의 지저분한 등으로 손을 뻗어 손끝으로 살짝 훑자 움찔 몸이 떨린다.
“내가 얼마나 유능한 센티넬인지 알잖아 사와무라.”
센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게시판에는 항상 상위권에 쿠로오의 이름이 랭킹되어 있었다. 임시 가이드로 배정 받기 전에도 쿠로오 테츠로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만날 일이 없던 두 사람이었지만 꽤나 상위권에 랭킹 되어있던 가이드인 사와무라가 배치 받은 것은 어색하지 않은 일이었다. 마음에 안드는 상대였지만 쿠로오는 유능했고 그 능력만큼은 사와무라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어제의 행동이 터무니 없었다는 거다. 느긋하면서도 진득하게 들러붙은 손가락이 사와무라의 등을 훑었다. 어느 새 가까이 다가온 쿠로오는 침대시트를 짚으며 혀를 내어 사와무라의 등을 핥았다.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흐르는 동작이었다. 젖은 소리가 질척하게 귓가를 간지럽혔다. 간밤에 이뤄진 폭력적인 정사가 떠올라 사와무라의 몸이 긴장해 움츠러들었다.
“폭주한 센티넬을 진정시켜주는게 가이드의 일이잖아.”
“...하지마..”
“넌 어제 네 일을 잘 해낸 거라고? 상부에서도 널 칭찬할거야.”
기뻐해야지 사와무라? 등 뒤에 닿은 입술의 달싹임에 발끝까지 찌릿했다. 등줄기를 보기좋게 희롱하며 쿠로오는 사와무라의 몸을 가리고 있는 시트를 걷어냈다. 미끄러지듯 사와무라의 몸에서 시트가 흘러내리고 엉망진창이 된 허벅지가 드러나 떨리고 있었다. 손가락을 엉덩이 뒤로 가져다 대 슬그머니 밀어넣자 진득거리는 입구가 단단히 아물려 쿠로오의 손길을 거부하고 있었다. 만족한 듯 쿠로오는 등에 입술을 묻은 채 미소지었다.
“내가 너무 유능해서 니가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어야지. 이렇게 실력있는 가이드인데 말이야.”
“그만.”
“시험기간인데도 이렇게 니 실력을 잘 보여줬잖아? 사와무라, 상부에서 포상이라도 받으려나.”
키득키득 낮게 웃으며 쿠로오는 사와무라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싫, 형태를 이루지 못한 소리가 사와무라의 입술새로 튀어나왔다. 시트 위로 당겨 눕힌 사와무라 위에 올라탄 쿠로오가 느긋하게 혀를 내어 아랫입술을 핥았다. 헐렁한 고무줄 바지에 손가락을 걸어 벗어내리며 쿠로오는 섬뜩할 정도로 탐욕스런 눈으로 제 아래 누운 사와무라를 훑었다. 어제 밤 내내 시달린 가슴팍은 물어 뜯긴 자국들로 시커멓게 피멍이 들어 얼룩져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까, 이따 센터로 가면 사와무라는 이제 정식 가이드가 될거야.”
“싫, 어.”
“유능한 쿠로오씨를 컨트롤 해줄 수 있는 인재, 이제까지 찾기 힘들었다구?”
느긋하게 웃으며 쿠로오는 바짝 선 제 것을 쥐고 사와무라의 허벅지 안쪽에 문질렀다. 불긋하게 멍든 살갗 위로 뜨거운 성기가 비벼졌다. 손으로 제 눈을 가린 사와무라는 바르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의미 없는 저항이 귀여워보여 쿠로오는 작게 웃었다. 뜨거운 살덩이가 사와무라를 파고들었다. 아랫 입술을 깨물며 사와무라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들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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