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다이 60분 전력
쿠로오 테츠로 X 사와무라 다이치
숨이 턱 막힐만큼 뜨거운 여름의 열기와 몇번이고 반복된 패널티에 눈 앞이 어질했다. 힘주어 땅을 딛은 발을 박차며 패널티의 마지막을 마무리 했다. 역시나 다들 지친 기색이었지만 얼굴엔 분함과 다음 시합에서의 리벤지를 위한 의욕이 넘쳐났다. 자, 다들 몸 식기 전에 다음 연습시합 준비하자. 나의 말에 부원들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제각각 방금 시합에서 부족했던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턱 아래로 맺혀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으며 체육관 쪽으로 다가가자 승자의 여유만만한 얼굴의 쿠로오가 수고했어- 하고 손을 들어 인사한다.
“다음 시합엔 이겨야지?”
“응 그럴거야.”
땀 범벅이 된 얼굴을 손바닥으로 대충 훔쳐 닦으며 두리번 거렸다. 분명 이 쯤에 수건을 던져뒀는데. 두리번 거리다가 내 것으로 추측되는 수건을 주으려 허리를 굽히자 뒤에서 기분 나쁜 감촉이 내 엉덩이를 쥐었다 떨어진다.
“악!!!”
채 닦지 못한 땀이 튀어오른 몸의 반동에 후두둑 떨어졌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표정의 얼굴이 되어 돌아본 곳엔 장난스러운 얼굴의 쿠로오가 히히 웃으며 쫙 펼친 손바닥을 내보인다
“뭐하는거야!”
“사와무라의 엉덩이가 만져달라는 듯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변태 아저씨냐고.”
투덜거리며 아직도 촉감이 남아있는 엉덩이를 손으로 팡팡 털어내자 쿠로오는 앞에 내밀었던 손으로 불순한 움직임을 해보였다. 왁, 변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내 말에 쿠로오는 데헷☆ 만화에나 나올법한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쫀쫀하고 탱글한게... 한 10점?”
“성추행도 모자라서 품평이냐?”
“그래도 10점이잖아.”
“낮은거 보단 낫지만 그래도.”
“아 물론 100점 만점에.”
낄낄 웃는 쿠로오의 배에 꽉 말아쥐고 있던 주먹을 푹 꽂아넣자 길죽한 몸이 휘청하고 접힌다. 이런 씨.. 곧 욕지기를 내뱉을 듯 달짝이는 나의 얼굴을 본 쿠로오가 낄낄 웃으며 아픈 배를 감싸쥐고 웃는다.
“낮은거 보단 낫지만이라니 사와무라 은근 기쁜거 아니야?”
“이런 저질 장난 좀 그만 했으면 하는데.”
“그러게 누가 그렇게 탱글한 엉덩이 타고나래?”
뭐래 이 개똥논리는. 우그러진 내 얼굴에도 쿠로오는 킬킬 웃으며 장난스럽게 내 어깨를 두드린다. 아까부터 이어지는 엉덩이니 뭐니 하는 조금 낯뜨거운 단어에 드링크를 마시며 땀을 닦던 부원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몰린게 느껴졌다. 뭔가 민망해져 쿠로오를 흘겨보자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 하며 뻔뻔한 얼굴을 한다. 어유 저 여유로운 낯짝이란. 장난에 진심으로 화내는 것도 뭔가 좀 아니다 싶어 낮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뺨을 타고 도르륵 땀이 흘러 내린다. 아, 수건이랑 드링크 하고 문득 정신을 차린 순간 눈 앞이 아득하니 휘청였다. 후끈한 열기가 뺨을 덮치고 눈 앞이 울렁였다. 아찔한 경사의 언덕을 혼신의 힘을 향해 달음박칠 치고 온 이후였으니 고스란히 몸에 남은 여름의 열기가 잔뜩 피곤한 몸을 어지럽혔다. 어지러움에 휘청이는 몸을 큰 손으로 단박에 잡아채 세우는 손길이 느껴졌다. 어질한 열기에 머리가 멍멍한데 이마에 차가운 손이 닿는다.
“사와무라, 괜찮아?”
좀 전까지 장난스럽던 목소리가 사뭇 진지했다. 차가운 손이 기분 좋아 눈을 천천히 내리 감았다.
“니가 변태같은 장난을 자꾸 해대니까 머리에 열이 올라서 이러는거 아니야 내가.”
“미안미안, 드링크 좀 마셔.”
감은 시야 사이로 걱정스러운 부원들의 목소리와 여기, 하고 드링크를 내미는 시미즈의 목소리 같은 것들이 들려왔다. 손에 쥐여주는 드링크를 받아들고 목으로 넘기자 꺼끌하던 입안이 젖었다. 울렁이는 속이 좀 가라 앉는 기분이 들었다. 땀범벅인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주는 조심스러운 손길에 슬며시 눈을 떴다. 제법 진중한 얼굴로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쿠로오와 눈이 제대로 마주쳤다. 아 조금 민망. 하고 스치는 생각에 금세 시선을 돌렸다. 시선이 아래로 향하자 주변에 모인 부원들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다이치, 괜찮아?”
“응응, 잠시 어지러웠던거 뿐이야. 조금 쉬면 괜찮을거야.”
걱정하는 스가의 목소리에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까지 조금 목이 턱 막히는 답답함이 남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안 좋은 소리를 하고 있을 수 없어서 마냥 웃었다. 앞에 선 쿠로오는 힐끔 체육관 안의 상황을 잠시 살핀다.
“나 때문에 그런 것도 있으니까, 의무실까지 데려다 줄게. 조금 쉬어.”
“아냐 괜찮아.”
“우리도 지금 딱 쉬는 시간이라 괜찮으니까.”
“다이치,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더 안좋아 지기 전에 얼른 쉬고와. 어제 너 잠도 얼마 못 잤잖아.”
스가의 말에 쿠로오가 덥썩 내 어깨를 쥔다. 놀라 고개를 번쩍 드니 쿠로오가 씩 웃으며 어깨를 잡아 돌려 세운다.
“자자, 사와무라군 엄마 말 잘 들어야지?”
“누가 엄마야.”
스가의 말에 쿠로오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하곤 내 어깨에 팔을 걸치곤 내 몸을 억지로 끌고 어딘가로 향한다. 어, 어? 하고 허둥대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반쯤 포기한 상태로 쿠로오의 팔에 이끌려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합숙 힘들어?”
“솔직히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우리한테 이만큼 귀중한 찬스는 없으니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우고 가야지.”
“그렇다고 무리는 안되지 주장님.”
방학 중이라 텅빈 교사는 걸을 때 마다 운동화가 마찰하는 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열려 있는 의무실을 열고 들어간 쿠로오가 나를 의무실 침대에 앉히곤 의무실 책상에 놓인 일지를 가볍게 기록한다. 가볍게 종이가 팔랑이는 소리와 볼펜을 딸깍이는 소리 같은 것들이 가만히 귀를 간질였다. 침대에 걸터 앉은 채 그런 행동들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장난스럽던 얼굴이 조금 차분하게 일지를 훑으며 틀린 곳은 없는지 한 번 더 체크를 하곤 일지를 덮어 제자리에 둔다. 그리고 팔을 들어 기지개를 편 쿠로오가 터덜터덜 걸어와 내 맞은편의 침대 위에 걸터 앉는다.
“좀 쉬었다가 가자.”
“응.”
내 말에 쿠로오가 뭔가 미묘한 얼굴로 푸흡 웃는다. 의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바라보니 뭔가 또 미묘하게 짓궂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아, 꼭 저런 표정일 때 하는 말이라곤 대부분 쓸모 없는 장난이었고,
“방금 멘트 되게, 러브 호텔 들어가자고 꼬시는 대사 같지 않았어?”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뜨악 하고 경악한 얼굴의 나를 보며 쿠로오는 만족했다는 듯 웃는다. 뭐 한참 장난 많이 칠 남고생이니까 이해는 되었지만 그 장난을 왜 나에게 치는지는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나는 이런 장난을 잘 치는 부류에 들어가는 사람도 아니었고 솔직히 말하면 조금 재미 없을 부류였다. 단순히 놀리는게 재밌는 거라면 그럭저럭 호응을 해줄 순 있지만 말이다. 쿠로오의 짓궂은 장난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고 여름 합숙 내내 이어지고 있었다. 대부분은 무시하거나 적당히 대응해 주긴 하지만 얘는 이런 장난이 재밌나? 하고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긴 재밌으니까 하는 거겠지.
“........”
그러니까 이거도 장난, 인거지?
어깨를 짚은 손이 조심스럽게 어깨를 쥐어왔다. 뜨거운 숨이 닿은 입술이 차근히 아랫입술을 머금었다. 작게 내밀어진 혀가 가만히 다물린 입술을 장난스럽게 간질였다. 어깨를 짚지 않은 손이 차근히 내 턱 아래를 받쳤다. 츄웁ㅡ 젖은 소리가 조용하게 귓가를 울렸다. 장난치곤 제법 질 낮은 장난이었다. 언제나처럼 뭐야, 하고 밀어내면 그만일. 하지만 제법 단단하게 붙들린 턱은 쿠로오가 이끄는 대로 고정되어 있었고 언제나처럼 깜짝 놀라게 하는 쿠로오의 장난에 굳은 몸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말캉하고 조금 겉이 까슬한 입술이 조용히 떨어졌다. 나는 그 장난에 눈도 채 감지 못한 채였다. 조용히 떨어진 쿠로오는 나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장난으로 웃어버릴 얼굴은 조용히, 아주 차분히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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