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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오 테츠로 X 사와무라 다이치
[미야기판] 답 없는 시댁 철 없는 남편 이혼이 답인가요?
결시친 여러분 안녕하세요. 결혼 1년 차 27 새댁입니다.
결혼 하기 전 부터 쭉 판 눈팅하면서 같이 욕하고 위로하기도 했었는데 설마 제가 여기에 글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편하게 음슴체로 갈게요.
남편이랑 동갑임. 고등학교 때 장거리 연애로 시작해서 나 하나만 바라보는 남편 보고 이른 나이에 결혼을 결심했음.
연애 할 때 남편이 워낙 잘 해줬음. 그 때 나 미야기, 남편 도쿄에 있었는데 지나가듯 라면 먹고 싶다고 얘기 했는데 신칸센 타고 와서 라면 사주고 가고 전화, 연락 한번 안 빼먹고 꾸준히 잘했음.
내가 대학을 도쿄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근거리 연애 시작했는데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었음.
화술 좋고 눈치 잘 살펴서 사람 기분도 잘 맞춰주고 워낙 사람들한테도 잘하고 내 지인들한테도잘해서 아 이 사람이면 결혼해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음.
근데 왠걸? 결혼하니까 아주 다른 사람이 됐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알콩달콩 결혼 계획 세우면서 어차피 둘이 도쿄에서 같이 동거하던 멘션이 있어서 신혼집 필요없고 그냥 거기서 살자 했음.
나 거창하게 고급 멘션 바라고 그런 사람 아님. 그냥 둘이 누워 살 집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남편이 무슨 소리냐며 자기가 봐둔 멘션이 있다고 자기가 그 정돈 할 수 있다고 큰소리 떵떵침.
계속 말렸는데도 결국 남편이 우겨서 새 맨션으로 이사 했음. 첨엔 이사하니까 진짜 신혼 기분 나고 좋았는데 알고보니 시댁 걸어서 5분 거리ㅋㅋㅋㅋㅋㅋ
결혼하기 전에도 시댁이랑 왕래 잘 안했음. 연애 할 때도 주말에 집에 안 가봐도 되냐고 물어보면 남편이 자기 원래 집에 잘 안간다고 맨날 주말에 자취방에서 나랑 놀고 그랬던 인간임.
근데 결혼하니까 세상에 효자도 그런 효자가 없었음. 시댁에 하루에 한 번 전화 해야되고 주말엔 꼭 시부모님이랑 밥 같이 먹어야 되고 근데 그걸 지 손으로 안하고 다 날 시킴.
연애 할 때 미야기 오면 우리집에 인사도 잘 하고 우리 부모님한테도 싹싹하게 잘 했던 인간이라 처음엔 그냥 참고 넘어갔음.
나중엔 참기 힘들어서 화를 냈더니 우리 부모님이 너를 너무 좋아해서~ 하고 얼버무리던데 말이나 못하면 밉지도 않지 확 주둥이 후려 치고 싶었음.
(본인 부활동으로 배구해서 스파이크 잘 칠 수 있음. 남편보다 내가 더 힘쎄서 남편도 나 진짜 화낼거 같으면 그냥 살살 눈치 보면서 도망 감.)
시댁에서도 눈치 없게 신혼부부 계속 불러대서 짜증났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멘션 살 때 남편이 시부모님한테 돈을 빌렸다데요?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내가 빚내는거 싫다고 그냥 살던 집에서 살자고 했을 땐 자기만 믿으라고 큰소리 떵떵 치더니 결국 시댁에서 빌린 돈이었음.
시댁에 빌릴 바엔 차라리 신혼부부 대출 받지 뭐하러 내가 시댁 눈치 보면서 빚져야 함?
결국 남편은 책임도 안 지고 시댁은 시댁 나름대로 계속 우리 부르고 집만 떨어져 있지 이거 뭐 합가 수준임.
사건은 며칠 전에 터졌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혼하고 처음 맞는 신정이라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음.
미야기 친정에서는 너무 머니까 인사하러 안와도 된다고 시댁가서 시부모님이랑 쿠서방이랑 잘 보내고 나중에 쉬엄쉬엄 얼굴 보러 오라고 함.
친정부모님껜 죄송했지만 올 연휴가 너무 짧아서 어쩔 수 없었음.
근데 남편 새끼는 우리집에 전화 하는거 뻔히 알면서 바꿔 달라는 둥 그런 소리 한마디도 안 하고 누워서 티비만 봄.
거기서 부터 열 받았었는데 그래도 며느리 노릇 이 때 하지 언제 하나 싶어서 주변에 결혼한 선배들한테 조언 구하고 열심히 신정 준비 했음.
님들도 다 아시겠지만 신정음식이 좀 빡셈? 집에선 맨날 시켜먹었었는데 우리 시부모님들 입맛 깐깐해서 사먹는 음식 별로 안 좋아함.
결국 일주일 전부터 레시피 다 뒤져가면서 신정음식 준비를 시작함. 나 요리 잘 못해서 더 긴장도 되는데 며느리가 뭐라고 어찌어찌 하게 되긴 했음.
종류가 워낙 많으니까 남편한테 장보러 가자고 며칠 전 부터 얘기 함. 31일에 장보러 간다고 일주일 전부터 단단히 일렀는데 남편이 알았다고 또 입을 텀.
근데 31일 되니까 집에 안 들어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꼭 가야된다고 얘기 했는데 회식이 있대나 뭐래낰ㅋㅋㅋㅋ
회식? 회식 같은 소리하고 있네 연말 회식 다 끝난거 내가 뻔히 아는데 꼭 그렇게 되지도 않은 구라뻥을 치면서 살살 피하는거임.
백퍼 남편 친구들 만나러 간거임. 부활동 할 때 친구들이랑 아직도 연락 잘 하고 연말 되면 꼭 그렇게 만나서 술판을 벌이는거 내가 다 암. 우리가 일이년 만남?
결국 31일 밤에 술이 떡이 되서 들어와서 장보러 못갔음. 내가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내일 아침에 가면 된다면서 술취해서 큰소리를 떵떵치는 거임.
미리 예약해 놓은 음식들은 그래도 전화해서 예약 미뤘고 준비 못한 건 사기로 했음ㅜㅜ
그래 차라리 음식 솜씨도 부족하니까 고생하고 맛도 없는 거 보단 그냥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음.
그렇게 신정이 되고 아침부터 남편을 깨웠는데 술이 떡이 되서 일어나질 않음.
진짜 말로 하다 안되서 죽어라 패서 겨우 깨웠는데 한다는 소리가 신정음식 안 먹고 걍 피자 먹음 안돼? 이러고 있음.
와 진짜 눈이 뒤집힌다는게 무슨 심정인지 그 때 확실히 알았음.
피자같은 소리하네 시댁에 신정 음식 가지고 간다고 얘기 다 해놨는데 너 지금 내 꼴 우습게 만들려고 작정했냐 고래고래 소리 지르니까 자기가 전화해서 말 잘해준다고 함.
지가 말한다고 다 해결 됨? 결혼하고 맞는 첫 신정인데 며느리 꼴 완전 우습게 만들어 놓고 지금 뭐하자는거임?
이럴 줄 알았으면 전날 나 혼자서라도 장보고 왔어야 하는데 동네 지리 잘 몰라서 장보러 같이 가달라고 했던 내가 바보였음.
진짜 소리 고래고래 지르면서 뭐라고 하니까 지도 대충 눈치 깠는지 아무 말도 안하던데 술이 떡이 되서 거지꼴로 그러고 있는거 보니까 빡쳐서 바로 방에 뛰어들어가서 짐을 쌌음.
분위기 이상한거 아니까 바로 뛰어와서 여보 내가 잘못했어 이러고 우는 소리 내는데 대꾸도 안하고 그냥 짐을 쌌음.
짐 다 싸니까 어디 가냐고 막 거지꼴로 그러길래 미야기 갈거라고 소리 질렀더니 사색이 되서 막 빌기 시작했음.
눈물 콧물 빼면서 비는데 자다 깨서 머리 개판 오분전이고 술냄새 펄펄 나고 얼굴에 수염 돋아 있는데 아 내 남편이지만 진짜 못났다 싶었음.
정이 뚝 떨어져서 그냥 가방 들고 바로 집 나갔더니 남편이 소리지르면서 따라오기 시작함.
무시하고 가는데 남편이 막 따라와서 빌고 무릎 꿇고 그러는데 봤더니 자다 나와서 팬티바람에 쓰레빠 끌고 나와서 빌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동네 챙피임?
미쳤냐고 빨리 집 들어가라고 그랬더니 무릎 꿇고 엉엉 빌면서 용서 해주기 전까지 안 간다고 비는데.. 아 진짜.
무시하고 가려고 했더니 허리춤에 매달려서 여보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그럴게 잘할게 소리소리 지르는데.
아 진짜 사람이 안되는 사람은 진짜 재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음.
시부모님이 아침 산책하는데 딱 마주친거임.
아 진짜.. 얼굴이 창백해지는게 나도 느껴질 정도였음.
남편새끼 진짜 거지꼴로 빌고 사정하다가 지 부모님 뵈니까 애가 막 뛰쳐가가지고 엄마 쟤 좀 말려보라고 쟤 지금 미야기 간다고 저러고 있다고 꼰지르는 거임.
내가 왜 화냈는지 이해 못하는게 보여서 진짜 빡쳤는데 시부모님 앞이라서 화도 못내고 씨근거리고 있는데 시부모님 표정 보니까 살벌했음.
그렇다고 거기서 남편 욕 하면 나도 결국 똑같은 인간 되는거 아님? 그런 건 싫어서 입 다물고 우선 인사부터 드렸음.
대략 대화 내용 기억 나는대로 써보겠음. 나, 시모-모, 시부-부, 남편-남으로 쓰겠음.
나)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 그래 새아가. 너도 새해복 많이 받아라.
모) 너 지금 어디 간다고 그러니. 이따 우리집 오기로 안했니?
나) 아 그랬었죠.
남) 엄마 쟤 지금 미야기 간다고 저러고 있는거라니까!! 엄마 쟤 좀 말려줘!!
그 와중에도 저러는데 남편 새끼 진짜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음.
모) 갑자기 미야기는 왜 가니? 너 지금 안 봤으면 우리한테 인사하러도 안왔겠다?
나) 아 저 그게 아니고.. 저 사람이랑 조금 다퉈서.
모) 아니 다투면 얘기로 풀어야지 다짜고짜 짐싸서 나가니? 너네 집에선 그렇게 가르쳐?
그 얘기 듣는데 순간 눈에 불이 확 튀었음.
나 우리 부모님 욕하는거 못참는 사람임. 우리 부모님은 그냥 네네하고 살라고 늘 신신 당부 하시는데 다른 건 참아도 우리집 욕하는 건 참을 수가 없었음.
입 열면 욕이 튀어나갈 거 같아서 참고 있는데 시부모님은 내가 할 말 없어서 그러는 줄 알고 더 신나서 말하기 시작했음.
모) 짐싸서 나가면 끝인 줄 아니? 그러면 해결 돼? 뭣만 하면 짐싸서 나간다 그러고 너 그러면서 너 내 아들 기죽이고 사는거 아니니?
나) 어머님 그게 아니구요
모) 아니긴 뭐가 아니야 대화로 풀어야지 어쩌구 저쩌구
뒷말은 짜증나서 듣고 싶지도 않았음 대화? 대화가 통해야 뭔 대화를 하지 진짜 짜증나서 도중에 말을 뚝 끊었음
나) 어머님 저 사람이 잘못했구요. 뭘 잘못했는지는 저 사람한테 물어보세요.
모)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니??
나) 새해 인사는 아까 드렸으니까 더 안드려도 돼죠? 저 사람이 이따가 피자 사들고 집 갈테니까 이따 세분이 도란도란 모여서 새해 덕담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세요. 저 지금 미야기 갈거구요. 집에가서 가정교육 더 받고 올테니 그렇게 아세요.
그 말만 하고 바로 돌아서서 갔음. 내가 평소에 시부모님한테 굽신굽신 하면서 사니까 아주 만만하게 보였나 봄.
남편새끼도 나 그렇게 오래 만나놓고 내 성격 더러운거 생각 못했나봄? 결혼하고 성질 죽이고 사니까 만만하게 보였던게 분명함.
나 원래 잘 참는데 뚜껑 한번 열리면 걷잡을 수 없는 성격임. 남편이 나 또 쫓아오는데 진짜 열받아서 노려봤더니 남편이 그제야 사태파악한 듯 얼굴 굳은게 보였음.
시부모랑 좀 떨어져 있어서 남편한테만 들리게 그랬음.
여기서 한발짝이라도 더 따라오면 나 미야기 가는게 아니고 구청가서 이혼서류 달라고 할거니까 그렇게 알아라고 그랬더니 그제야 조용해졌음.
나 한다면 하는 성격임. 남편도 잘 알아서 더 안 잡길래 뒤에서 시부모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거 무시하고 그대로 도쿄역으로 갔음.
다행히 신칸센 자리 남은거 있어서 오래 안 기다리고 미야기로 갔음. 중간에 연락하니까 부모님이 놀라서 그러시는데 상황 설명은 못하고 대충 얼버무렸음.
성격은 있어서 다 엎어 놨는데 부모님 목소리 들으니까 눈물이 터져서 신칸센 안에서 엄청 울었음.
하도 서럽게 우니까 옆에 계시던 친절한 아주머니가 휴지 주시고 다독여 주셨음. 천사같은 분이셨음.
갑자기 왔는데도 부모님이 센다이 역까지 마중 나와 있었음.
갑자기 왠 일이냐고 물어서 남편이랑 각자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고 시부모님도 이해하고 보내주셨다고
대충 둘러댔는데 나 눈 부은거 보더니 엄마가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등만 다독여 줬음.
그대로 부모님이랑 집에 가서 신정 음식 먹고 좀 늦었지만 집 근처 신사에 첫참배도 다녀왔음.
역시 집에 오니까 편했음. 도쿄랑 미야기 공기도 좀 다른거 같고.
남편은 그 때부터 계속 줄기차게 연락 오는데 다 씹고 있는 중임.
일단 여기서 연휴 다 보내고 마지막에 내려갈 예정임.
사이다가 됐을지 아닐진 모르겠지만 일단 이런 일이 있었음.
일단 좋아서 한 결혼이고 이혼까진 안하고 싶은데 남편이 이번 일로도 정신 못차리면 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싶었음.
결시친님들도 신정이라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을텐데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새댁이라 대처가 옳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당하고만은 못 사는 성격이라 한바탕 하고 나니 시원하긴 하네요.
결시친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기회가 된다면 후기 쪄올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21개의 댓글
베플 | 미야기 카리스마
님 잘하셨어요. 저 같아도 시부모님이 제 친정 욕하면 못 참을거에요 ㅜㅜ 친정 부모님이랑 맛있는거 많이 먹고 즐거운 시간 보내다가 가세요! 남편은 정신 좀 차려 봐야 할 거 같아요. 남자들은 나이 먹어도 애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듯 해요.
베플 | 마을사람 B
성격 있으신 분이라 다행이에요ㅠㅅㅠ 저는 무서워서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오늘도 이렇게 결혼에서 더 멀어집니다..
베플 | 핫바디고양이
여보 내가 잘못했어 돌아와ㅠㅠㅠㅠㅠㅠㅠ 부모님도 미안하다고 그러셔 일단 내 전화 좀 받아주라 자기야ㅠㅠㅠㅠ 아니 적어도 사과할 기회는 줘야지 자기야
베플 | 섹시눈물점
↑ 이거 쓰니 남편임? 님 생각 있으면 미야기까지 가야지 여기서 댓글질 하지 말구요 마누라 상처 받은 건 생각 안함? 같은 남자지만 쓰레기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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