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오 테츠로 X 사와무라 다이치
가볍게 쓰는 처음 시리즈, 두 사람의 처음에 대한 이야기들.
잊을 만 하면 가벼운 이야기들로 돌아오겠습니다^^)/
예약으로 맞춰둔 텔레비전이 전하는 익숙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부스스 눈을 떴다. 여느 날 같은 평범한 아침, 밝은 햇살에 다시 뻑뻑한 눈을 내리감고 만다.
“잘 잤어?”
짧은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쓱 올려주는 손길에 사와무라는 감은 눈으로 엷게 웃었다. 응, 하고 조그맣게 대답하는 목소리는 잠에 얽혀 꺼슬했다.
“일어나야지.”
“그래야지.”
끄덕, 고갯짓 하지만 물먹은 듯 무거운 몸은 영 움직일 줄 모른다. 목덜미에 얼룩덜룩 남은 흔적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쿠로오가 낮게 웃는다.
“피곤해?”
“어제 그렇게 했는데 안 피곤하겠어?”
뺨을 묻은 이불의 촉감이 푹신하고 따뜻했다. 우물거리는 사와무라의 뺨을 부드럽게 매만져 준 쿠로오가 웃는다. 이마저도 언제나의 아침 풍경이었다. 물먹은 솜마냥 몸이 늘어져도 아침 수업 때문에 겨우 몸을 일으킨 사와무라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왜 그래 진짜.”
“오늘 진짜 너어무 피곤해.”
“얼마나?”
“학교 가기 싫을 정도.”
심각하네. 웃어버린 쿠로오가 손가락을 굽혀 사와무라의 뺨을 문질거린다. 하지 마 진짜. 웃음 섞인 목소리로 그러다가 아득하니 잠들어 버릴 듯 조용해진다. 다이치,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뚝 떨어지던 고개를 들어올린다.
“얼른 가자, 일어나.”
어린아이 달래듯 사와무라의 손을 잡아당긴 쿠로오가 사와무라를 이끌고 욕실까지 데려간다. 드물게 싫은 기색을 내는 사와무라는 실낱같은 이성으로 쿠로오를 따라 비척비척 걸어 욕실로 향했다. 한참 바쁜 시기라 땡땡이 칠 수도 없어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장실까지 비척이며 걸어가 세면대를 짚고 섰다. 하아, 한숨부터 터져 나왔다. 여전히 눈은 감은 채.
“다이치.”
이름을 재차 부르는 쿠로오의 목소리에, 그래, 알았어 일어났어 해, 한다니까? 하고 대답했지만 아마도 그건 제 상상에서나 벌어지는 듯 제 이름을 부르는 쿠로오의 목소리만 귀에 맴돌았다. 반쯤 졸아버렸나.
“쨘.”
제 팔을 툭툭 치는 느낌에 겨우 반쯤 눈을 떴더니 쿠로오가 제 눈앞에 면도기를 쥐고 가볍게 흔든다.
“해줄게.”
그 사이에 쉐이빙 폼이며 이것저것 꺼내온 쿠로오는 의욕 만만한 얼굴이었다. 사와무라는 눈을 반쯤 뜨고 피식 웃었다.
“너 보기랑 다르게 남 챙겨주는 거 진짜 좋아하는구나.”
“평소에 똑 부러지는 사와무라가 내 손안에서 길들여지는 그런 쾌감이랄까.”
“그렇게 말하면 진짜 변태 같으니까 그만둬줄래?”
너무하잖아. 볼멘소리를 하며 쿠로오는 수건을 꺼내 사와무라의 목덜미에 꼼꼼히 둘렀다. 쿠로오가 이끄는 대로 변기 위에 걸터앉은 사와무라는 잘 부탁합니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잠이 덕지덕지 묻은 행동에 쿠로오는 웃는다. 찰캉찰캉 쉐이빙 폼을 흔들곤 손바닥 위에 짜올린다. 아침이 되어 꺼슬한 턱에 쿠로오의 손길을 따라 거품이 묻어난다. 사와무라의 턱을 손가락으로 받치고 신중한 얼굴이 된 쿠로오가 사와무라의 턱선을 따라 면도기를 움직인다. 스으윽 깔끔하게 쉐이빙 폼과 수염이 밀려나가 깨끗한 자리를 보며 쿠로오가 한 쪽 눈을 가늘게 뜨고 신중하게 각도를 잰다.
“졸지 마.”
대답하면 턱이 움직이니까 콧소리를 흐흥 하고 내주었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쿠로오는 사와무라의 턱을 면도하기 시작한다. 샤르르 면도기가 지나가는 소리에 기분이 간지러워진다. 편안하고 느슨한 공기와 면도기가 스칠 때 마다 쉐이빙 폼이 뭉개지는 소리가 사각사각 설탕을 흩뿌리는 마냥 달았다. 꽤 큼지막한 손이 섬세하게 턱을 매만지는 기분은 미묘하게 간지러웠다. 노곤해진 몸이 풀렸지만 제 앞에서 집중하는 쿠로오를 생각해서라도 꼿꼿하게 몸을 세워준다. 능숙하면서도 조금 긴장한 손놀림에 마냥 웃었다.
“수염 별로 없네.”
“아쉬워?”
“엄청.”
면도가 빨리 끝나 아쉬운 목소리를 머금은 입술이 사와무라의 이마에 가볍게 닿았다. 슬쩍, 한쪽 눈만 떠올리자 쿠로오가 사와무라의 손을 잡고 끌어 당겨 일으켜 세운다.
“빨리 씻어.”
“하여간 틈을 보이면 안 된다니까.”
“내가 뭘.”
쿠로오가 이끄는 대로 일어선 사와무라가 힐끔 쿠로오를 흘긴다. 그러거나 말거나 쿠로오는 세면대로 가 물을 틀고 물 온도를 맞추며 손을 적시는 채였다. 쿠로오가 받아주는 따뜻한 물을 끼얹자 긴장했던 피부가 말랑하게 풀린다.
“찬물도.”
허리 숙여 얼굴에 물을 끼얹고 있는 사와무라의 옆에 선 쿠로오가 수도꼭지를 돌려 찬물로 돌려준다. 푸핫, 차가워! 물소리에 섞인 사와무라의 비명 같은 외침에 쿠로오는 히죽댄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얼굴을 어푸어푸 씻어낸 사와무라가 고개를 들고 쿠로오가 수도꼭지를 돌려 잠근다.
“으으.”
“잠깼어?”
목덜미에 두른 수건을 빼어들곤 고개를 끄덕였다. 찬물이 끼얹어져 발그스름해지는 사와무라의 뺨을 검지를 들어 문질거린다. 낯간지러운 행동은 몇 번이고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손등으로 쿠로오의 손길을 훅 밀어내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사와무라의 등을 떠밀며 욕실에서 사와무라를 밀어냈다.
“아침은 된장국이면 돼?”
“응. 아무거나 다 괜찮아.”
냉장고를 열며 묻는 쿠로오의 물음에 대답하며 사와무라는 스킨을 집어 들어 손바닥 위에 쏟아냈다. 얼굴에 찰싹 두드리면 면도한 턱이 따끔거렸다. 아야야,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며 거울을 들여다보자 화끈거리며 달아오른 피부만이 보였다. 대충 툭툭 문질러 바르며 거울을 보곤 옷장을 열어젖힌다. 날씨가 많이 좋아졌으니 기분 전환 겸 가벼운 옷도 괜찮겠지. 아까 봤던 일기예보를 떠올리며 이것저것 꺼내는 사이에 식욕을 당기는 아침밥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오늘 일찍 올 거지?”
“과제 때문에 모임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늦어질 수도 있으니 기다리지 말고 저녁 먼저 먹어.”
앞코를 툭툭 차며 스니커즈를 챙겨 신은 사와무라가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사이에 쿠로오는 이것저것 말을 걸어온다. 핸드폰은? 챙겼어? 지갑은? 뭐 빠진 거 없어? 어, 응, 그래, 어딘가 성의 없는 말투로 대답을 하던 사와무라가 앞머리에 묻은 먼지를 떼어내는 동안 쿠로오가 손을 뻗어 사와무라의 피케셔츠 깃을 매만진다.
“여기 접혔잖아.”
모양을 단정하게 잡아 주는 쿠로오의 손길에 익숙하게 몸을 맡긴 사와무라가 고분고분하게 자세를 잡아주자 쿠로오의 입술이 느긋하게 휜다. 옷깃을 다듬은 양손이 올라와 매끈한 턱을 쥔다. 매끈한 뺨에 한 번, 앗 하고 벌어지는 입술에 한 번, 쪽 소리를 내며 쿠로오의 입술이 꾹 닿는다.
“하여간 틈을 보이면 안 된다니까.”
“가드가 많이 약해지셨군요 다이치씨.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도록.”
떼어 낸 손이 허리를 끌어안으며 몸을 바짝 당겨 안는다. 야, 나 늦어 진짜. 키들키들 웃는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쿠로오의 입술 새로 금세 먹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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