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무라는 제 눈을 벅벅 문질러 닦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느끼고 싶다며 사와무라를 졸라 미야기행 신칸센에 함께 몸을 실은 쿠로오와 함께 추억의 장소에서 오랜만에 데이트를 즐긴 하루였다. 그 옛날 아직 서로의 마음을 떠보던, 그 흔히 하는 말로 썸을 타던 시기에 갔던 장소들에서 이제는 연인이 된 두 사람이 옛날과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고 그 때는 상상도 못했던 스킨십을 하며 다시 사진을 찍기도 했고 학생 때라 아쉬운 지갑사정으로 사먹던 추억의 음식들을 마음껏 시키기도 하면서. 그래, 거기까지만 해도 좋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도 반가웠고 부모님께 서글서글하게 인사를 하며 ‘도쿄의 룸메이트’로서 좋은 인상을 남긴 쿠로오의 모습에 제가 괜히 뿌듯하기도 했고. 그래, 거기까지만 해도 좋았었잖아. 먼저 씻고 온 쿠로오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고 씻을 때 까지만 해도, 설마하니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던 거였다.
“……뭐해?”
“어때?”
아니, 뭐하냐고 물은 말에 그런 대답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사와무라는 반쯤 미간을 좁히며 제 앞의 쿠로오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씻으러 가기 전에 슬쩍 떠 보는 말에 고등학교 때 입던 옷은 다 여기 있지, 하고 제 옷장 한 쪽을 대충 가리킨 게 제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고등학교 때 입던 제 교복을 용케도 찾아 꺼낸 쿠로오가 반쯤 잠그다 만 셔츠 단추를 쥐고 힛, 장난스럽게 웃는다. 자주 입지 않아 빳빳한 흰색 셔츠가 쿠로오의 몸에 빠듯하게 붙어 매끈하게 몸의 선이 드러났다.
“그거 왜 있잖아, 남친셔츠라고. 다들 좋아한다길래 한 번 입어보려고 했지.”
“니가 좋아서 입은 거 아니고?”
“들켰네?”
키들키들 웃으며 쿠로오가 셔츠 단추를 마저 잡아당긴다. 고등학교 일학년 때 샀던 교복 셔츠는 갑자기 키가 자란 덕에 어느 새 맞지 않게 되어 옷장에 넣어둔 지 오래였다. 그 뒤로는 거의 부활동복이나 기본 티셔츠를 입고 다닌 탓에 넣어둔 것도 반쯤 까먹고 있었는데 어째 용케 저걸 찾아내선. 어깨선이 하나도 맞지 않아 짧게 올라 간 소매 끝을 달랑거리며 쿠로오가 빠듯하게 셔츠 단추를 잠궈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만다.
“안 맞지?”
“그렇네. 입고 한 번 놀래켜 줘야 했는데.”
“그거 나도 안 맞아. 일학년 때 산거거든.”
“일학년 때 이렇게 작았다고?”
휘둥그레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얼굴이 어쩐지 조금 귀여워서 사와무라는 푸스스 웃었다. 조금 더 놀려줄까, 괜히 장난끼가 솟아 오른 사와무라가 쿠로오 앞으로 다가가 셔츠 끝을 쥔다. 허리쯤의 단추 하나를 용케 잠궈 쿠로오의 허리쯤이 팽팽하게 당겨 있었다. 은근 말랐다니까. 왠지 부럽기도 하고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해 검지로 빠듯하게 잠긴 단추를 툭 끌러내었다. 셔츠 안은 아무것도 입지 않아 맨 살이었고 거기서 사와무라와 같은 바디 워시 냄새가 나긋하게 풍겨온다. 우스울 정도로 짧은 옷을 걸치고 있는 쿠로오의 앞에 셔츠 자락을 쥐고 장난스러운 손길로 쭉쭉 몇 번 당겨본다.
분명 장난을 치려고 했는데 괜히 기분이 묘해진 것은 왜일까. 쿠로오가 지껄이던 남친 셔츠라는 말이 갑자기 떠올라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속옷 하나에 짧은 셔츠 하나만 걸친 꼴이 너무 우스꽝스러운데 기분이 야릇하게 달아올랐다. 미쳤지 내가 진짜…….
“다이치, 흥분했어?”
사와무라의 머리통 위에서 쿠로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장난스러운 목소리 끝은 까슬하게 잠겨 있었다.
“……응.”
“참아. 부모님 계시니까 집에 가서…….”
“싫어.”
셔츠 끝을 쥔 손에 힘을 주고는 쿠로오의 몸을 잡아 당겼다. 바짝 가까워진 쿠로오의 가슴팍에 입을 쪽 맞추었다. 당황한 쿠로오의 손끝이 사와무라의 어깨를 쥐었지만 아랑곳 않고 가까워진 몸에 입맞춤이 쏟아진다.
“다이치…….”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부모님한테 들리면 어쩌려고.”
“니가 잘 하면 되지.”
소리 참아? 생긋 웃은 사와무라가 장난스럽게 쿠로오의 몸을 끌어 침대 위에 눕혔다. 삽시간에 올라탄 사와무라가 웃으며 제가 입은 티셔츠를 벗어던진다. 사색이 된 쿠로오의 뺨을 쥐고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짧은 소매 끝이 팽팽하게 당겨 어설픈 자세로 팔을 뻗은 쿠로오의 손을 무시하며 사와무라는 쪼오옥,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었다.
남친셔츠 이거, 진짜 효과 좋긴 하네. 젖은 입술을 날름 핥으며 사와무라가 짓궂게 쿠로오의 몸 위로 제 몸을 겹쳤다. 바스락, 셔츠가 구겨지는 소리와 쿠로오가 놀라 힉힉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장난스럽게 뒤엉켰다.
+) 쿠로다이 맞.....습니다
++) 시간 맞추려다보니까 이상한데서 뎅겅 잘랐습니다........웅앵웅.......(땅파고 들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