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다이 전력 60분
쿠로오 테츠로 X 사와무라 다이치
* 읽으시기 전에!
어떤 분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소재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같은 경험을 가진 분이 주변에 계실지도 몰라 연성에 있어 조금 망설였지만 ㄴㅇㅌ판 형식으로 쓴 이야기인지라 우리 주변에 있음직할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고 연성의 하나로 봐주시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야기판] 철 없는 남편과 이혼조정 중입니다. (+추가)
결시친 여러분 안녕하세요.
철 없는 남편이라는 제목으로 예전에 판을 썼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 글에 많은 분들이 위로해주시고 용기 주는 댓글 달아주셔서 남편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소식으로 찾아 뵈었다면 좋았겠지만 제목대로 결국 남편과는 이혼조정 중입니다.
모든 일이 정리가 된 다음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 순서겠지만 많은 분들이 뒷 이야기를 궁금해 하실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조언을 좀 구하고 싶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정신이 없어 이야기가 엉망진창일 것 같지만 이해해주시고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신정 사건 이후로 남편도 제가 쓴 판을 봤더군요. 자기가 쓴 댓글이 베플이 되면서 많은 분들께 질타도 당하고 욕도 먹으면서 정신 차린 건지 바로 미야기로 냉큼 달려왔습니다.
저희 부모님한테 장인어른 장모님하고 세상 둘도 없는 달콤한 목소리로 살살 애교부리고 눈치보는거 보니까 다시 화가 나다가도 또 마음이 약해지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이 남편을 정말 예뻐라 합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 연애 시절부터 그렇게 잘 할 수 없었어요. 저도 그 점 보고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거긴 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먼데까지 왔다고 그 늦은 시간에 부랴부랴 상을 보시더라구요. 그 때 진짜 울컥했습니다. 시댁이란 것들은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 부모님께는 됐다고 하고 남편 끌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신정연휴라 열린 데는 하나도 없고 데이트 할 때 자주 갔던 집 근처 공원에서 얘기 좀 하자 했습니다.
너 내가 한발짝만 더 따라오면 이혼서류 떼러 간다 했냐 안했냐 라니까 바로 앞에 무릎 꿇고 싹싹 빌더군요. 자기가 잘못했다고 한번만 봐달라고.
그놈의 정이란게 뭔지 또 마음이 약해지더군요. 남편이랑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계속 만나왔습니다. 장거리 연애라 지칠만도 한데 남편은 그런 기색 하나도 안 내고 저한테 잘 했고요. 그런 남편이 결혼하고 고작 1년도 안되는 시간에 그렇게 변할 줄 몰랐기에 그런 점들이 서운했던 것이겠죠.
마음이 약해지니 눈물부터 나더군요. 남편 앞에서 눈물을 보인적은 거의 없었기에 제가 우니 남편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정말 진지하게 얘기하더군요. 저를 끌어안고 보듬어 주면서 제가 너무나 좋아했던 다정한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몇번이고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던 그 사람 그대로의 모습으로 진지하게 이야기 해주었고 마음이 풀릴 수 밖에 없더군요.
그 뒤로 연애시절처럼 손을 잡고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서운 했던 것, 미안했던 것, 고마웠던 것. 조금만 참으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더라구요. 남편도 그 동안 니 마음 몰라서 미안했다 진심으로 사과해주었습니다.
그 뒤로 다시 도쿄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시댁에야 당연히 밉보였겠지만 남편이 어떻게 말해준건지 더 이상 연락은 오지 않더군요. 매일매일 안부전화 해야되는 일상도 사라졌습니다. 그야말로 남편과 저 단 둘의 결혼 생활이었고 우습게도 그제야 아 진짜 신혼이다 싶더군요.
하지만 행복은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결혼이 지옥이니 뭐니 하는거 다 남 얘긴 줄 알았는데 저한테도 현실이 되더군요.
한 삼년 쯤 되니 슬슬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남편은 아이 생각이 별로 없는 편이라 두 사람의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갖자고 결혼 전에 합의했었습니다. 근데 일년에 몇번 없는 집안 행사에 참여하면 꼭 어른들이 아이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그 때 마다 남편이 잘 둘러대주긴 했지만 그런 집안행사들이 가시방석 같았습니다.
물론 초반엔 저도 계속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할까, 이 사람과의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고 농담처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과 나누기도 했습니다. 심각하게는 아니고 그냥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 뭐 그정도의 가벼운 이야기요.
아이가 생긴 후에는 부모로서의 삶에 충실하고 싶었기에 그 전에는 부부로서 충실히 지내고 싶었습니다. 그 욕심이 너무 컸던 탓인지 아이는 전혀 소식이 없더군요. 아침에 임테기에 뜬 한줄을 볼 때 마다 제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건 아닌가 후회되고 점점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그런 저를 잘 알기에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본인도 불안하고 초조했겠지요.
그러던 어느 주말이었습니다. 웬일로 시댁에서 부르시길래 같이 저녁 식사를 하러 남편과 함께 건너갔습니다. 사실 별 좋은 소리 들을 것 가진 않았지만 아이 소식이 없는 상황에서 왠지 시댁에 갈 때 마다 저는 죄인 같더군요.
좋은 고기가 선물로 들어왔다며 같이 먹게 불렀다는 시댁에는 오랜만에 보는 시누가족도 왔더군요. 거리가 멀어서 만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아마 저희 결혼식 이후로 한 두번 정도 봤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식구들 모이니 북적북적 거리더라구요. 저도 좋은 며느리 되고 싶어서 어머님 기분도 맞춰드리고 잘 하지도 못하는 애교도 부리면서 바쁘게 그러던 중 간장이 똑 떨어져서 제가 얼른 다녀오겠다며 지갑 들고 시댁에서 나섰습니다.
시댁 냉장고에 없던 과일도 좀 사고 시조카 먹을 간식거리도 좀 사고 양손에 마트 봉지 들고 시댁으로 갔는데 환기시켜 놓는다고 반쯤 열어놓은 현관문 너머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처음엔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할 얘기가 많겠거니 싶어 별 신경을 안 썼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제 이름이 자꾸 나오더라구요. 제 이름과 임신, 단 두 단어를 듣자마자 발끝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현관께에서 그 이야기들을 다 듣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자세하게 쓰자니 아직도 손이 덜덜 떨려 간단하게 말하면 아직도 아이 소식이 없는데 너네 부부관계는 제대로 하고 있냐 일부러 임신 안하는 거냐 도대체 뭐가 문제여서 아직 소식이 없느냐... 네, 제가 이렇게 말했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들어주기 힘든 욕설에 가까운 단어들도 종종 섞여 들려오더군요.
참 지금 생각해도 바보 같은 것이 모른 척 뻔뻔하게 현관문 뻥 차고 들어가서 저 왔다고 무슨 얘기 그렇게 재밌게 하고 계셨냐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그냥 여우짓 좀 할 걸 그랬습니다. 근데 제가 그걸 진짜 못하거든요, 여우짓. 마냥 서서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몇년 간 말도 못할 정도로 지쳐있던 것 같았습니다. 저도 아이를 원했지만 그 것보다 주변에서 아이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기에 받은 스트레스가 저도 모르게 쌓여 있었겠지요. 너무 마음이 아프니 눈물도 나지 않더군요. 저들 말처럼 제가 지은 죄가 많아서, 성질머리가 더러워서 아이가 찾아오지 않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 뒤로는 모른 척 시댁에 들어가 마트 봉지 내려 놓으면서 먹고 싶은게 넘 많아서 고르는게 늦었다는 둥 어설픈 너스레를 떨다가 음료 사오는 걸 잊었다며 다시 다녀오겠다며 시댁에서 나섰습니다. 저도 참 바보 같은게 모른 척 할거면 영리하게 했어야 했는데 봉지 안에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 물이 된 걸 보였으니 제가 이야기들을 들은 걸 다 들키고 말았습니다.
나와서 아무 생각 없이 한참을 걷고 있는데 남편이 부랴부랴 쫓아오더군요. 한참 헤맸는지 얼굴엔 땀범벅이 되어서 저를 보고 뭐부터 말해야 될지 모르는 얼굴로 있는데 참 마음이 그렇더군요.
제가 왜 그렇게 시댁에 죄인이 되어야 하는지, 남편이 왜 그렇게 저에게 죄지은 얼굴을 해야하는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과 한참을 만나왔는데 그 얼굴의 의미를 제가 어떻게 모를까요.. 남편은 저에게 적당한 잘못은 꼭 사과부터 하는 사람입니다. 사과도 못할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큰 남편의 얼굴을 보고 저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제가 미안해서 요구한 것도 있으며 남편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아이라는 행복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한 것도 있습니다. 남편은 거절했지만 저는 한번 결심이 서니 번복은 안되더라구요.
그 뒤로의 시간은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남편에게 일부러 모질게도 굴면서 서로에게 상처주는 날들이 반복되고 결국 남편은 제 의견을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후회가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보다 제 결심이 더 컸습니다. 남편을 놓아주고 저도 저를 옭아매는 이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남편과 합의 이혼으로 서류를 제출하고 지금은 조정기간을 가지고 있는 중입니다.
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는 분들도, 힘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부쩍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아니면 조금 늦게 했으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참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알 수가 없네요.
저의 선택을 비난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잘 했다고 다독여주실 분들 계실까요?
익명이라는 공간을 빌어서라도 누군가에게 잘 했다는 말을 듣고 싶기도 하네요. 이것 또한 제 욕심이겠지요.
남편과는 현재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직 집 정리를 하진 않았구요. 매일 얼굴 보는 것도 괴롭지만 남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도, 얼굴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그냥 조금 더 견뎌보자 싶어지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 된다면 후기를 남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오늘도 평안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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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글
뭐라고 더 남겨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의 상황을 자신의 일 처럼 안타까워 해주신 분들의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 보았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았지만 정말 큰 힘이 되었고 댓글 읽으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글을 남기고 나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고 그 뒤로도 남편과는 여전히 별로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혼은 하지 않을 것 같네요. 우리 두 사람 헤어지지 말라고 삼신할머님이 뿅 하고 다녀가셨습니다.
네, 오늘 아침에 임테기 확인하고 방금 병원 다녀온 길입니다. 아직 초기니 조심하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판에 글 남기고 마음이 후련해진 것이 계기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서로 좋아하는게 많이 보이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꼭 아이가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빌어주신 분들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아직 남편은 모르는 상황입니다. 저도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아직은 얼떨떨하네요.
마음을 정리하고자 짧게나마 추가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따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새 식구 소식을 알려야겠지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도 되고 무섭기도 합니다.
남편이 이혼을 하기로 마음을 완전히 굳혔다면 이 아이가 축복이 아니라 저에게 부담이나 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혼자서라도 품고 가려구요.
남편이 오기 전까지 편안하게 마음 먹고 있어야겠습니다. 위로해주시고 보듬어주신 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어지는 판 [미야기판] 답 없는 시댁 철 없는 남편 이혼이 답인가요?
현재 판 [미야기판] 철 없는 남편과 이혼조정 중입니다.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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