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다이 60분 전력
쿠로오 테츠로 X 사와무라 다이치
사박사박 발 끝에는 아직 녹지 못한 눈덩이가 채였다. 흐린 날에 간헐적인 눈발이 흩날리며 종종 뺨을 간질였다. 제 주인이 혹 춥지는 않을까 슬쩍 옆을 돌아보면 꼿꼿하게 허리를 세운 채 고고히 말 위에서 잔잔히 흔들리고 있었다.
“춥지 않느냐.”
“예.”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되려 물어오는 주인의 말에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답한다. 그리 해선 추울 것이다, 몇번을 일러서 제 목에 둘러준 천이 몇겹이고 몸을 감싸 추울리 없었다. 허나 제 주인은 영 걱정인 듯 틈만 나면 물어오는 것이었다. 감히 고개를 들어 볼 수 없는 제 주인의 얼굴은 아마도 찬 바람에 붉게 물들었을 터였다.
“쉬어 가실까요.”
“날이 흐리니 어서 가자꾸나. 이 고개만 넘으면 곧 주막이 나온단다.”
걱정하는 말에도 주인은 그저 꼿꼿하게 몸을 세우고 앞을 향할 뿐이었다. 그 단단한 목소리가 제 주인다워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눈이 가득 쌓여 흐린 시야에서 가늘게 난 길만이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하얀 눈길을 오래 보다보면 으레 눈이 시리곤 했다. 시린 눈 위로 가만히 얼마 전의 일이 떠오른다. 날카로운 금속이 사납게 부딪히던 소리, 무언가가 부수어지고 깨지는 소리 사이로 비명이 난무하던 그 날의 잔상. 테츠로는 안된다고 울부짖는 제 주인을 들쳐업고 그저 내달렸다. 경비가 될만한 것들을 제 주머니에 주워 담으며 그저 달리기만 했다. 이 다리가 끊어져도 제 주인만은 살려야 했다. 와아아---- 난폭하게 날뛰는 사람들의 함성이 등 뒤로 멀어지고 제 피붙이 같은 사람들을 버릴 수 없다며 울부짖는 제 주인의 목소리만이 테츠로의 등 뒤에서 한없이 맴돌았다.
음모였다. 그렇게도 충직한 사와무라공이 반역이라니 얼토당토 않은 소리였다. 간신의 새빨간 혀에 놀아난 어리석은 임금은 분개했고 사와무라가에 끔찍한 형벌이 내려졌다.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며 한 맺힌 소리를 내는 제 주인의 명을 처음으로 어기고는 그저 내달리기만 했다. 어리석을 정도로 우직한 제 주인은 임금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순간 바로 그 목이 날아갈 것을 몰랐다.
- 감히 명을 거역한 죗값은 부족할지언정 이 천한 목숨으로 바치겠습니다.
억울함을 주장하던 목소리는 제 목숨을 꺼내고서야 잦아들었다. 뺨을 간질히던 눈발이 천천히 굵어졌다. 또 눈이 오면 영락 없이 오도가도 못할 신세가 될지도 몰랐다. 테츠로의 발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
“넘어질라.”
천천히. 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천한 신분으로 길거리에서 빌어먹고 살던 자신을 거두어준 다정한 주인은 훌쩍 커버린 자신을 언제나 아이 다루듯 굴었다. 그런 제 주인의 그 태도가 기쁘다가 문득 치기가 들 때 쯤 제 마음을 깨달았다. 그리곤 마음을 꾹 걸어 닫고 말을 아꼈다. 그런 자신의 태도에도 제 주인은 저 어린 것이 철이 드려나 보구나, 하고 대견하게 웃을 뿐이었다.
고요한 산속에는 테츠로의 발소리와 제 주인을 실은 말발굽 소리, 그리고 눈송이가 제 어깨에 나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들려왔었다. 어느 순간 미묘하게 귀를 간질이는 엇박의 발걸음이 멀직히서 들려왔다. 테츠로는 걸음을 재촉했다. 제 감각이 긴장해 아둔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길 바랐다. 조급하게 걸음을 옮기다 우뚝, 걸음을 멈춘다.
“왜 그러느냐.”
고개를 돌려 영문을 물어오는 제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바라본 제 주인의 얼굴이었다. 힐끔힐끔 훔쳐보었던 제 주인의 얼굴은 제가 생각하던 그 이상으로 단정하고 단단하고, 그리고.
“무례를 용서하세요.”
테츠로는 고삐를 고쳐쥐고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훌쩍 제 주인의 뒤로 올라탄다. 놀란 등을 제 품에 얼른 담고는 고삐를 당겨 내달렸다. 갑작스러운 제 행동에 주인이 무언가 말했지만 테츠로는 그저 고삐를 재촉해 내달릴 뿐이었다. 어딘지도 모를 이런 곳에서 감히 제 주인을 잃을 수는 없었다. 다급한 손놀림에 빠르게 주변 풍경이 스쳐지나갔다. 처음으로 품안에 담은 제 주인은 우직하고, 단단했지만 볼 때 마다 자신의 손으로 지키고 싶었던 것이었다. 눈발이 점점 굵어져 시야를 흐트렸다. 가늘게 눈을 뜨고 희미하게 난 길을 따라 달렸다.
뒤를 따라오는 걸음이 점점 느는 것이 느껴졌다. 족히 다섯은 되었다. 못해볼 수는 아니었다. 자신마저 싣고 달리다간 말이 금세 지치고 말 것이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이 산의 형세가 험하여 쉽사리 쫓진 못할 겁니다. 잘 길들인 녀석이니 이정도 산은 가뿐할 겁니다. 무조건 달리세요.”
“무슨 소리냐.”
“산을 셋 넘으면 미리 서신을 보내둔 절이 나올 것입니다. 상황은 이야기 해두었으니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리셔요.”
“테츠로.”
단단한 그 목소리에서 자신을 혼내려하는 주인의 의지를 읽었다. 테츠로는 단단히 쥐고 있던 고삐를 제 주인의 손으로 끌어 쥐여준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렸다.
“테츠로!!!!!!”
제 주인의 목소리가 비명처럼 울리며 멀어졌다. 사뿐히 몸을 굴러 착지하고는 제 등 뒤에 메고 있던 활을 뽑아들었다. 굵어진 눈발이 시야를 휘감았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면 좋으련만. 아주 조금 욕심을 내어 뒤돌아보자 저를 향해 한껏 몸을 뒤틀고 크게 눈을 부릅뜬 제 주인의 얼굴이 멀어지고 있었다.
- 좋은 눈을 가졌구나. 험한 세상에도 단단하게 맞설 수 있는 사람이 되려무나.
- .....
- 이름은 테츠로(鉄朗)가 좋겠구나.
피붙이도 머물 곳도 이름도 없던 천한 생명은 그날부터 제것이 아니었다. 후, 심호흡과 함께 화살을 꺼내어 활시위에 걸며 자세를 바로했다. 무정한 눈발이 사납게 휘날렸다. 곧 말을 끌고 나타난 무사들이 몇인가 테츠로의 앞에 멈춰선다. 활시위를 당기며 제 주인처럼 강직하게 등을 꼿꼿히 세웠다. 팽팽한 긴장감의 끝에 테츠로의 손이 사뿐하게 놓이며 화살을 떠나보냈다. 날렵하게 날아든 테츠로의 화살을 맞은 무사가 말에서 종잇장처럼 떨어짐과 동시에 나머지가 우르르 달려들었다. 물흐르듯 유연하게 등 뒤의 화살을 쥐고 활시위에 거는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어지러운 눈보라, 그 위로 쏟아지는 붉은 피자욱들.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활을 쏘았다. 거칠게 뺨을 긁으며 날아오르는 눈발에 이 연심을 담아 당신에게 날려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제 앞으로 달려든 덩치 큰 사내의 공격을 피하며 테츠로는 눈 밭을 사뿐하게 굴렀다. 그런 제 옆으로 살기 등등한 화살이 꽂히고 날선 검이 달려들었다. 몸을 굴려 땅을 짚은 손에 바스락, 무언가가 쥐였다. 칼부림에 깨끗하게 베여나간 나뭇가지의 끝엔 눈송이처럼 매화가 피어있었다. 너는 참으로 내 주인을 닮았구나. 테츠로는 어쩔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날아드는 검을 활을 들어 막은 테츠로가 팔꿈치로 급소를 쳐 제 앞의 무사를 쓰러뜨린다.
매화가 피니 곧 봄이 오겠구나. 나의 주인에게도. 봄을 맞을 나의 주인을 홀로 둘 수 없으니 내 여기서 죽을 수는 없겠구나. 돌아가면 어떤 것 부터 사죄하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무례를 범했으니 주인의 노여움을 풀려면 아주 바쁠 것이다.
그러니 제 아무리 천한 목숨이라도 여기서 버릴 순 없을지니.
고요히 테츠로의 눈이 빛났다.
주제가 매화라니 이것은 고전각!!!!!!!이라고 겁없이 덤벼들었습니다.
개판오분전인 글은 잊으세요 레드썬!!ㅇㅅ<)b
오타 날타 수정 완료 하였습니다.
60분 전력이라는 주제에 맞게 60분 동안 쓴 글이기에 오타를 제외한 다른 단어들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부끄럽네요. 예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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