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토 코타로 X 아카아시 케이지
아카아시가 보쿠토 좋아해서 XX하는 이야기
또다. 억지로 짓눌러 자물쇠를 걸어둔 락커는 불룩하게 사이가 벌어진 채로 간신히 맞물려 있었다. 분명 열면 또 우르르 쏟아지겠지. 몇번이고 반복한 뻔한 참사가 머리 속에서 자동재생되어 아카아시는 절레절레 머리를 저었다. 심지어 자물쇠 잠궈놓지도 않았어 이거. 혹시 싶어 툭, 건드려 본 자물쇠가 달랑거렸다. 그야말로 걸려만 있는 상태의 자물쇠를 채워줘야 하나 아니면 무시해야하나 잠시 고민했다. 부활동이 끝나자마자 오늘 컨디션이 좋다며 뒤도 안 돌아보고 신나게 달려나간 보쿠토였다. 언젠 컨디션이 안 좋았던가. 가벼운 미소가 입꼬리에 걸렸다. 제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는 보쿠토가 내던져 둔 주변을 스스로 챙기게 된 것도 벌써 2년에 가까웠다. 주변에서 보는 사람이 지친다고 말하는 이 보모같은 일들도 이쯤하니 습관처럼 익어버렸다.
‘자꾸 아카아시가 챙겨주니까 보쿠토가 더 그러는거 아냐. 저 녀석도 이제 슬슬 자립해야 한다고.’
그 언젠가 들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네네, 아는데 이젠 계산보다 먼저 몸이 움직인다구요. 아카아시는 아무도 없는 부실에서 피실피실 웃으며 보쿠토의 락커에 손을 댔다. 헐거운 락커 틈으로 비죽 새어나온 하얀 유니폼 자락을 손바닥으로 받치며 자물쇠를 풀고 물건들이 쏟아지지 않게 조심히 락커를 열었다. 눈에 익은 물건들이 우르르 아카아시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근처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와 품에 안은 물건들을 조심히 내려놓았다. 서포터, 스포츠타월, 바닥이 두툼한 양말, 새것인데도 마구 쑤셔 넣어 잔뜩 주름진 물건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갰다. 그 언젠가 같이 사러 갔던, 상표도 떼지 않은 양말을 접으며 아카아시는 어쩐지 한숨이 나왔다. 이래서야 새것의 의미가 없잖아요 보쿠토상. 한마디 해주고 싶어도 빈 부실이었다. 새것과 뒤섞인 입었던 티셔츠를 따로 분리해서 개던 아카아시가 문득 손 끝에 걸리는 유니폼을 집어들었다. 오롯이 새겨진 ‘4’라는 등번호가 가득 시야에 들어찼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숫자였다. 그런데 왜 보쿠토의 유니폼에 새겨진 숫자는 조금 더 특별해보일까. 손에 쥔 유니폼을 끌어당겨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단순히 입었던 것인지 확인하려 했던 행동이었다.
“.....”
머릿속에 단숨에 펼쳐지는 기억이 있었다. 언젠가의 시합에서 우승했을 때 이 유니폼을 입은 보쿠토에게 한껏 끌어 안겼던 기억. 시합으로 살짝 달아오른 체온과 파스 냄새가 조금 섞인 땀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한 숨결. 머리가 굳어버린 것 같은 기분에 유니폼에 코를 박은 채 그대로 눈을 감았다. 옅은 섬유유연제 향기와 락커 안에서 옅게 배였을 보쿠토의 체향이 은은하게 코를 간지럽혔다. 조금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천자락을 쥔 손을 꼼지락 거렸다. 사각이며 천이 부벼지는 소리에 조금 전에 샤워를 마친 몸이 간지러웠다. 식지 않은 열기가 차근히 몸 안에서 올라왔다.
하아ㅡ 길게 내뱉은 숨결이 꼭 제것이 아닌 것 같았다. 모자란 숨을 크게 들이쉬자 한껏 섬유질 냄새와 뒤섞인 묘한 냄새가 열기를 돋궜다. 아카아시, 하고 부르는 환청이 머릿속을 울렸다. 슬금슬금 손가락이 옷 위로 제 가슴께를 문질렀다. 금세 오독하게 솟은 젖꼭지 위로 손끝을 세웠다. 으응, 다리 사이가 간지러웠다. 자립, 그리고 졸업. 청춘과 시간과 추억들이 가득 배인 유니폼 위에 졸업이라는 단어를 덧씌울 생각만 해도 왈칵 눈물이 솟을 것 같았다. 한꺼풀 덧씌워 감추는 것에 익숙해진 감정은 이따금 혼자만의 시간에서 왈칵 터져나오곤 했다. 안된다고 생각하면 더 몸이 달았다. 남들 앞에서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는 공간이었다. 길게 들이쉬고 내뱉던 숨결이 어느 순간부터 잘게 흐트러졌다. 부활 일지를 쓰고 열쇠까지 떠맡았기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공간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급했다. 탄력 좋은 허리 고무줄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뜨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중심을 쥐자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났다. 절로 허리가 당겼다. 땀이 차는 손바닥으로 보쿠토의 유니폼을 그러쥐고 얼굴을 파묻었지만 헐떡이는 소리는 가려지지 않았다.
“으읏..”
깨끗이 씻은 등줄기에 송글송글 땀이 배였다. 예민한 표피에 손 끝이 스칠 때 마다 꾹 감은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젖은 소리가 조용히 들끓는 욕정을 부추겼다. 하아,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신경질적으로 미간을 좁혔다. 아직, 부족해. 공을 자주 만져 예민한 손가락이 제 것을 문질렀다. 손 안에서 잔뜩 구겨진 유니폼이 습기를 머금어 눅눅했다. 채워지지 않는 열기에 바짝 목이 탔다. 조금 멍한 머리로 손에 쥔 유니폼을 그대로 끌어내렸다. 조금 질척해진 제 중심부를 보쿠토의 유니폼으로 감싸쥐었다. 반쯤 바지를 끌어내리고 엉망으로 구겨진 유니폼을 제 중심부에 감싸쥔채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바람이 잘 통하는 까슬한 재질이 문질러 질 때 마다 오싹오싹 등줄기가 당겼다. 아으읏, 앓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할 힘이 없어 천천히 내린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균형을 잃어 한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그렇게 제 중심의 열기에 집중했다. 헐떡이며 숨이 차올랐다. 존경을 담아 바라보던 그 사람의 유니폼으로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에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도저히 놓을 수 없는 열기에 사로잡혀 허리를 흔들고 마는 것이었다. 프라이드를 품고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를 떠올리자 저절로 입술이 벌어졌다. 보쿠토상, 보쿠토상, 어렵게 부른 이름은 금세 쏟아져 나왔다. 문지르는 손길에 속도가 붙었다. 허덕이는 숨결이 잔뜩 뒤섞인 목소리로 보쿠토상, 하고 읊조리자 아랫배가 팽팽히 당겼다. 아, 머릿속이 하얗게 번지며 손바닥에 뜨거운 기운이 쏟아졌다.
하아, 하아, 숨결을 고르며 천천히 몸을 숙였다. 무너지듯 녹아내린 몸에 이마가 바닥에 닿았다. 사정의 여운으로 뜨거운 몸이 쿵쾅거리며 울렸다. 땀으로 눅진한 손바닥 위에 뜨거움을 그득 담은 유니폼이 있었다. ‘4’ 라는 숫자가 선명히 새겨진 그 유니폼 위에 질척하게 고인 불투명한 액체에 아카아시의 눈이 질끈 감겼다. 오늘의 일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책감으로 아카아시의 마음에 남을 것이었다. 그래도 얄팍한 이성으로 멈출 수 없었다. 진득하게 늘어지는 제 정액을 둘둘 말았다. 실수로 뭔가를 쏟았다고 하고 빨아다 주면 오늘 일은 보쿠토에겐 없던 것이 될 일이었다. 열기가 스치고 간 자리는 냉정하게 뒷 일을 생각했다. 차분하고 빠르게 정리를 하던 아카아시가 둘둘 만 유니폼을 제 보조가방에 푹 쑤셔넣었다.
“.....”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발소리에 숨이 틀어막혔다. 가까워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나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는 선명하게 아카아시의 귓가로 달려들었다. 덜덜 손 끝이 떨렸다. 언제부터? 옆 부실인가? 아득한 머릿속으로 더듬어봤지만 냉정한 이성이 고개를 젓고 있었다. 떨리는 손 끝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헛구역질이 터져나올 것 같아 몇번이고 고쳐 막았다. 아득하게 눈 앞이 멀어졌다. 적어도 이름이라도 부르지 않았다면. 할 수만 있다면 경솔했던 혀를 삼켜버리고 싶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정의 여운으로 피로한 몸이 천천히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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